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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서 #페르난두페소아 #배수아 #봄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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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역시 미루어두던 책이다. 배수아의 에세이를 읽고 문득 그녀의 번역서가 읽고 싶어 졌고, 가장 유명한 이 책을 택했다. 포르투갈의 국민작가라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에세이, 사실 일기에 가깝다. 뒷 이야기를 읽자 하니 자신이 추려둔 350매의 원고에 지인들이 추가한 150매가 합쳐져서 작가 사후 50여 년이 지난 다음에 발표된 책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론 내용을 더 추렸어야 한다. 800페이지는 이 책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편집이다. 반복되는 부분을 지우고 더욱 액기스만 담았다면 더 멋진 책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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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는 여려명의 준헤테로님(Heteronym,이명)으로 작품활동을 했다고 한다. 쉽게 말해 다중이다. 그 중 본인가 가장 가까운 다중이가 이 책의 서술자인 소아레스이다. 잠보다 더 좋은 쾌락을 알지 못하는 소아레스, 질 좋은 고독을 향휴하기 위에 겉으론 사교적이지만 본질적으로 고독한 소아레스, 소심한 글쟁이자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섬처럼 살아가는 자 p597’이다. ‘긍정은 착각으로, 믿음은 질병으로, 행복함을 비천함으로 바라보는 몸만 다 자란 어린아이 같은 시인은 말하지 못하는 두려움에 자꾸 ‘슬픔’으로 도망간다.
‘삶과 동행하며 삶을 살아내면서 인지하는 사람에게 삶의 고통과 두려움과 동요는 아름답고 기쁜 사건들p684’라 생각하면서도 ‘나의 고통에 비하면 다른 모는 고통은 하찮고도 의심스러울 뿐이다. p684’라는 두서없음은 어디서 오는 자신감일까? ‘독서만한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책을 거의 읽지 못한다’는 문장에 대한 그의 설명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책은 꿈의 개론인데 자신처럼 얼마든지 꿈과 대화하는 사람에게 개론은 필요 없다는 말은 부럽기만 하다. 😂
삶에서 고귀한 행위는 보기와 듣기 뿐, 나머지는 천박하며 육체적이라 고상하지 않다는 문장은 그의 연애 경험 부족에서 기인하지 않나 싶다. 😋 그는 살면서 단 한명의 여자만을 알았고 그것도 잘 진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읽으며 느껴졌던 안쓰러움의 정체 중 하나일 터이다. 그리고 그는 지각에 대한 해방과 갱신을, 자신을 옥죄는 결계에 대한 해체에 집착한다. 별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그는 그저 잠들고 싶어 한다. 잘 때는 선과 악이 사라지며, 삶 자체를 지각할 수 없기에 그에게 가장 효과적인 도주방법일 것이다. (이 부분은 많이 동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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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고 긴 책을 읽다보면 문장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유아적이지만 진지하고, 나름 깊은 삶의 고민을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예술적인 문장으로 풀어가는 작가가 흔했던가? 살아가며 낯설고 슬플 자리는 주변에 널려있다. 섬세한 사람은 그것들에 더 빨리 감응하여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무언가’로 삶을 다시 툭툭 정리한다. 자의식 저변에 깔려 있는 슬픔, 피하지 못하면 즐길 것이고 별것 아닌 개인의 발설로 치부할 바엔 이처럼 자신감 있게 써 내려가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그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성취하는 자세에 염증을, 나 이외에 중요함을 강조하는 사상과 행동들 자체에 불온함을 느낀다. 그에겐 실제보다 더 중요한 ‘꿈’이 있으며 그것만이 삶의 의미이다. 이성이 아닌 ‘생각’ 만으로 ‘감정’을 느끼고, 가장 자유롭게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꿈’이었으니 그는 꿈에 대한 쾌락주의자이다. 또한 욕망을 의심하며 자신에 의심에 대해 피곤해한다. 슬퍼하겠다는데, 그리고 그것을 (우러나오는 데로) 표현하겠다는데 이성이, 대중이, 다른 의견이 자신을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와 이성, 과학에 대한 (시대적 지식부족으로 인한) 과소평가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그 한계 이상의 감동을 주는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도 멋진 예술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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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계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p236’고 하며, 염세주의자가 아니라p237’ 한다. 그러나 그는 슬프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우리 삶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 무언가에 절망하며 터덕터덕 걷던 지저분하게 녹은 눈길이 떠오른다. 페루아는 솔직함과 천재적인 문장구사력으로 나름의 ‘매혹적인 배설’에 성공한다. 그의 글은 이성을 무력화 시키며 사람을 매혹시킨다. 이 책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 한줄감상 : 문제는 어느 천재 문학청년의 서늘한 정신승리이자 뻔한 변주와 반복으로 쓰여진 책이 무척 사랑스럽다는 점이다. ⁉️
덧, 하나
정서적으로 강하게 끌렸다. 아주 오래전 신입사원시절의 난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여 담배연기와 닥친 업무, 삶에 대한 상념으로 하루를 시작었다. 자본주의의 철저한 노예가 된 삶에서 유일하게 틈을 낼 수 있는 시간들, 그 시간들 안에서 나는 낙서를 했다. 소아레스 같이 자기 비하와 자기 합리화를 시를 흉내 낸 낙서들로 배설을 하곤 했다. 이 작가에 대한 무비판적 호감은 당시 젊고 지금보다 뜨거운 피에 들끓던 내 젊음에서 기인한다.
덧, 둘
발췌글에 좀 더 신경썼다. 그의 문장의 아름다움과, 한계를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p24 “ 인간에게는 경멸을 던지며, 우리는 그 어떤 의도도 없이 오직 느낌에 탐닉한다. 의미는 없어도 좋다. 우리의 뇌신경이 원하는 대로, 느낌이 더욱 우아하게 정화된 쾌락의 형태가 되도록 돌볼 뿐이다.
p27 “ 내 이성은 꿈꾸기를 혐오하고, 내 감수성은 행동하기를 역겨워한다. 행동이란 내가 부여받지 못한 천성이며, 꿈꾸기란 그 누구도 부여받지 못한 운명이다. “
p31 “나는 비밀스러운 미소와 함께 생각한다. 인생은 직물과 수납과 금액이 적혀 있는 출납 페이지와 같다고. “
p39 “ 예술 덕분에 인생을 살기가 실제로 더 쉬워지는 건 아니다. 예술은 인생만큼이나 단조롭다. “
p57 “ 우리는 누구인지 모른다는 사실만 남는다. 이렇게 자신과 조화하는 법을 알 수 없을 때만이, 우리는 삶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부조리는 신적인 것이다. “
p87 “나는 죽음의 비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차피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니까. 내가 말하는 것은 사람이 삶을 떠날 때의 육체적인 감각이다. “
p106 “ 나체의 아름다우을 찬미할 줄 아는 것은 오직 옷을 입고 사는 문화권뿐이다. 저항이 에너지로 작용하는 것처럼 수치심이 관능으로 작용한다. “
p144 “ 나에게는 생각이 삶이고, 느낌은 생각을 위한 영양분과 같다. “
p179 “ 내 삶에서 바란 것은 단 한 가지, 내가 감지하기 전에 삶이 내 곁을 조용히 스쳐 지나가 주는 것뿐이었다. “
p200 “ 마치 온실의 식물처럼, 나는 내 증오를 재배한다. 나는 삶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그 점이 자랑스럽다. “
p218 “ 쓴다는 것은 망각이다. 문학은 삶을 무시하는 가장 기분 좋은 방식이다….. 문학은 삶으로부터의 멀어짐이다. 문학이 삶을 잠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
p278 “ 나에게 글쓰기는 자기경멸이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를 놓지 않는다. 나에게 글쓰기는 혐오하면서도 끊을 수 없는 마약과 같다. “
p295 “ 이야기하는 것은 창조하는 것인 반면 산다는 것은 오직 살아지는 것에 불과하다. “
p297 “ 노동자의 데모 행렬,…. 나는 그들의 정당성을 높이 평가할 수 없다. 군중집회의 정당성 자체를 믿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감정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홀로 있는 개별 인간뿐이다…. 진실로 고통받는 자는 모이지 않는다. 그들은 연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고통받는 자는, 홀로 아프다. “
p369 “ 나는 한번도 누군가를 사랑해 본 일이 없다. 내가 가장 사랑한 것은 나 자신의 감각이다. “
p374 “ 열광이란 저속하다….. 나 자신은 결코 신념을 가진 적이 없다. 내가 가진 것은 언제나 인상뿐이었다. “
p375 “ 의견을 가짐은 자신을 스스로에게 팔아넘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런 의견도 갖지 않음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든 종류의 의견을 전부 가진다는 것은 시인임을 의미한다. “
p423 “ 행동하는 삶은 모든 자살 중에서도 가장 불편한 것으로 보였다. “
p429 “ 예술이 더 이상 창조적 행위가 아니라 단지 감정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감정은 누구나 갖고 있기 때문이다. “
p450 “ 포루투갈이 외세의 공격을 받아 점령당한다 해도 지금처럼 조용히 살 수만 있다면 내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
p453 “ 예술은 거짓말을 한다. 예술은 사회적이기 때문이다. “
p470 “ 사랑, 잠, 약물, 환각제는 예술의 기초적 형태다. 달리 표현하면, 그것들은 예술과 같은 효과를 낸다. “
p480 “ 대계의 사람들은 행복하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삶을 즐긴다. 보편적으로 인간은 잘 울지 않는다 인간이 뭔가에 불만을 가지면, 그것은 문학이 된다. “
p486 “ 자유란 고립에의 가능성이다. …. 자유롭게 태어난 인간은 숭고함을 부여받는다. “
p513 “ 세계는 느끼지 않는 자들에게 속한다. 실용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기본전제는 감수성의 부족이다. “
p521 “ 우리는 삶으로부터 어떤 아름다움도 얻어낼 수 없으므로, 최소한 우리의 무능력에서라도 아름다움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삶이 우리에게 감옥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장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p542 “ 행동은 생각의 질병이다. 상상력이 비대해진 종양이다…. 종이에 옮겨 쓸 생각은 하지 않을 때 시는 완벽하다. “
p551 “ 타인에게 이해받는다는 환희는, 이해받고자 원하는 자에게는 불가능하다. “
p553 “ 활용해야 할 삶을 낭비하는 것만큼 고귀한 일이 어디 있는가? “
p564 “ 우리 모두는 자신을 정신적 존재로 우선시하고, 타인들은 육체적 실체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
p594 “ 나의 말 없는 산책은 끊임없는 대화다. 우리, 인간과 건물, 돌과 플래카드, 그리고 하늘을 포함한 모두는 운명의 장대한 행렬 속에서 우정의 덩어리를 이룬 채 언어로써 서로를 밀치며 나아간다. “
p631 “ 이 세계의 복합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심오한 정신적 반감을 권태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
p664 “ 이상(?)에 사라잡힌 사람들, 사회주의자, 이타주의자, 온갖 종류의 인도주의자들, 그들을 생각하면 실제로 구역질이 나려 한다. “
p710 “ 나는 원래 사람들과 쉽게 사귀는 편이다. 모르는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진다. 하지만 거기에 애정 어린 마음은 없다. 나는 헌신이란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
p739 “ 인류의 운명도 내심 전혀 걱정되지가 않고, 인류라는 집단이 고통 속에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
p759 “ 모든 이념과 권력의 추구는 좀스러운 인간들이나 꿈꾸는 남성성의 환생이다. “
p782 “ 다만 나를 위해 썼을 뿐인 이 일기를 사람들은 몹시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움이 바로 나의 자연스러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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