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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고앉아있네 #문지혁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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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문지혁이 운영하는 유튜브 구독자다. 이번에 그가 자신이 대학에서 강의해 왔던 소설창작에 대한 책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설창작의 의미와 실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아낸 좋은 책이다. ‘진심이란 언제나 문틈에 끼어 있기 마련 p322’이고 이 책은 그 진심을 친절하게 잘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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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책상 앞에서’는 글쓰기 자체에 대한 작가의 의견을 개진한다. 예술, 재능, 영감 등 소설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개념적인 것들과 작업공간, 라이팅 도구, 작가의 독서 등을 다룬다.
2부 ‘책상에서’ 는 실질적인 소설창작의 디테일들을 소개한다. 자서전과 자전적 소설, 오토픽션의 차이. 필자가 고민해야 할 윤리 문제부터. 서술시점에서 오는 소설 전개의 차이들을 비교하며, 창작자라면 관심을 놓을 수 없는 서사, 플롯, 스토리텔링, 묘사, 디테일, 대화 등을 다양한 층위에서 정리하고 있다.
3부 ‘책상 밖으로’는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 현재 한국문단과 등단의 현실, 그리고 그것의 변화를 쉬운 비유를 통해 이야기해 주고 있으면, 습작기와 등단 이후의 삶에 대한 의미를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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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려는 사람은 절대 모니터 텅빈 화면에 껌뻑이는 커서를 보며 작품을 시작하면 안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미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많은 생각의 냉장고에서 요릿거리들이 화면에 펼쳐 저 있어야 한단다. 구슬들이 널려있고 그것들을 꿰는 작업이 ‘소설을 쓰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요는 냉장고의 보관된 경험, 특히 ‘감정’의 경험과 기록이 좋은 소설가를 만든다는 말에 설득되고 만다.
작가는 자신이 한예종 시절, 술담배 않하고 교회 다니는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문장을 읽으면서 문득 깨달았다. 이미 내 무의식 속에도 작가는 거창한 경험과 치열하고 어려운 삶을 이겨낸 ‘특별한 자’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이 책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어떤 사람도 작가가 될 수 있는 사례와 방법과 디테일을 알려주는 책이다. 문작가 스타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친절한 교회오빠의 따뜻한 설명을 통해 하나 씩 그 원리를 배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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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무의식이 꿈꾸는, 글쓰는 사람이 되기를 포기해야 할 이유도 몇 개 찾았다. 작가의 독서는 일반독자의 읽기와 다르다. 행복한 독자의 길을 포기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작가의 길이라면 이 건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또 하나는 의지력이다. 예를 들어 퇴고. 저자는 퇴고의 핵심은 ‘선택’이라 말한다. 그 수준에 이르기 위해선 초안 완성 이후에 엄청난 노력을 통해 작품을 다시 써야 한다. 문작가가 밝힌 자기 노하우는 초안을 소리 내어 읽으며 쓰고, 고쳐 쓰면서 글의 리듬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유지한다는 것인데, 정말로 프로작가가 되기 위한 투자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문작가 말대로 ‘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은 늘 짐작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p274’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믿는다. 언젠가 내 영감의 냉장고에 쓸만한 것이 차면, 늦은 나이에도 과정 자체를 즐기는 ‘글 쓰는 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된다.
✍ 한줄감상 : 소설은 대부분 앉아서 쓰지만, 작품은 시공간 안에서 ‘질량’으로 존재해 전진하는 빛을 휘게 만든다.
덧,
이 피드 자체도 퇴고 없이 철자법만 한번 살펴보고 올리는 귀차니스트가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살짝 절망해 본다. 😅
p6 “ 소설가는 아주 가끔 소설을 쓰지만, 동시에 언제나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
p18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Life is short, art is long.)….히포크라테스가 왜 하필 예술을 두고 이런 말을 했을까요? 그것은 여기서의 아트(art)가 예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의 아트는 예술이 아닌 기술, 정확히는 의술인 것이죠. “
p29 “ 초고는 다 비슷하게 별로입니다. 이를 누가 더 많이, 오래, 될 때까지 끈질기게 고칠 수 있느냐가 우리를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로 나누는 기준입니다. “
p33 “ 영감은 있다. 그렇지만 글을 쓸 때 그걸 찾아서는 안된다….. 우리는 글을 ‘쓰기 이전에’ 영감을 찾아놓아야 합니다…. 우리 내면의 냉장고예요.
p46 “ 저는 소설이란 장르가 본래 저잣거리의 산물이라고 믿는 쪽이기 때무에, ‘속세를 벗어난’ 공간보다는 무엇이든 속세와 일상 안에서 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
p53 “ 현대의 작가에게 키보드란 일종의 확장된 신체로, 자판을 누를 때마다 내 글쓰기의 고유한 인장이 새겨질 수 있도록 내면에 자신만의 감각을 체화해야 합니다. “
p56 “ (작가는 하루 4시간, A4 1장정도 분량의 글을 쓴다.) 덜 쓰는 것은 해롭지 않은데, 하루에 너무 많이 쓰는 것은 해롭습니다. “
p66 “ 글쓰기는 의식과 무의식의 협업입니다. “
p77 “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어떤 스페이스-타임(시공간) 속에서, 질량을 가진 물체로 존재했다. “
p87 “ (보르헤스) 예술이란 불과 수학의 결합이다. “
p100 “ 우리가 쓰는 이야기는 우리의 평범함이 실은 위장된 비범함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 작업에 필요한 경험이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감정’입니다…. 감정이란 바깥 세계와 나의 내면이 만나 빚어지는 상호작용의 물리적, 화학적, 정신적 결합물이니까요. “
p118 “ 소설에서는 한 장면에서 한사람 이상의 내면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 됩니다. “
p141 “ (스티븐 킹)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다. 그러나 대개는 흥미롭지 않다. “
p146 “ 플롯은 주인공을 향한 음모입니다…. 주인공이 ‘변할 때까지’ 그에게 고통과 시련을 주어 결국 작가가 의도한 도착 지점으로 몰고 가는 힘이자 전략입니다. “
p151 “ (잘못된 이야기에 사람들은 더 끌린다.) 왜 그럴까요? 그런 이야기들이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뇌가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다 도파민 때문입니다.)“
p156 “ (리사 크론) 첫 장면에 꼭 필요한 두 요소는 급박함과 서스펜스라고 합니다….. 서스펜스의 본래 개념은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
p170 “ 이야기에는 왜 깊이가 필요할까요? 간단하고 정확한 답은 우리 삶에도 ‘깊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p178 “ 묘사는 시간을 멈추는 일입니다 “
p183 “ 묘사는 감각을 감정으로 이어주는 통로입니다. “
p196 “ 좋은 배경이란 숨겨진 의미가 있는 배경입니다. “
p201 “ 프로페셔널은 ‘무엇을 더해야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빼야 할지’ 아는 사람이니까요. “
p216 “ 대사는 의미를 농축하고, 대화는 으미를 희석하는 것이죠. “
p217 “ 합평 : 상대방의 영혼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시간….. 합평의 본질은 메타-인지입니다. “
p242 “ 작가는 의도에 관해 말하지요. 하지만 독자에게 도달하는 것은 언제나 ‘효과’입니다….. 작가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은 기술이나 재능이 아니라, 정신적 맷집입니다. “
p265 “ ‘재능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재능이라고요. “
p285 “ 장르문학에서는 시원시원한 스토리텔링, 압도적인 흡인력,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가능한 플롯, 잘 설계된 복선과 결과, 충격적이면서도 납득 가능한 반전과 결말이 큰 미덕입니다. “
p303 “ 글쓰기는 영감이 아니라 일이고, ‘삘’이 아니라 반복이니까요…. 이기는 법을 아는 사람이 계속 이기듯, 끝내는 법을 아는 사람만이 완결을 지을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양이 쌓이기 전까지는 무조건 계속 써서 완성하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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