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드리히니체 #THE_ESSENTIAL3 #열린책들 #교보문고
🏛️
책의 물성 때문에 읽기를 결심할 때가 있다. 열린책들 에센스 시리즈가 그렇다. 앞의 두 권이 도선생과 에코 소설이었기에 비슷한 고전을 생각했다가 철학서로 훌쩍 점프를 했다. 850p의 벽돌을 읽을까 한참 노려보다 일단 읽기로 했다. 다행히 이 책엔 두 권의 책이 실려 있었고, 대학 때 읽어다 집어던졌던 #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는 읽은 것으로 치고, #비극의탄생 만 읽기로 했다. (난 자의적 타협에 거부감이 없다. 😂)
🏛️
‘비극의 탄생’은 니체가 문헌학자에서 철학자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첫번째로 낸 데뷰작이다. 학자보다는 예술적 감흥을 가지고 세계를 설명하고자 하는 용기(오만)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그리스문화와 근대 문화철학적 배경이 있어야 쉽게 읽을 이 책을 그대로 책을 정리하는 것은 의미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문장으로 그와 그의 책을 이해해보려 한다.
27살의 천재 문헌학자 청년 니체는 바그너의 음악을 느끼며 어떤 고양감과 황홀감을 느낀 것 같다. 인간의 ‘건강함(신체건강과는 조금다르다😅)’에 신경을 쓰던 그는 우연히 읽게 된 #쇼펜아우어 의 책을 통해 ‘패배주의에 염세주의’와 ‘음악’이 가지는 특수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니체는 쇼펜하우의의 염세주의를 보다 ‘건강’한 염세주의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그 때 찾은 근거가 그리스 비극이다.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뉘소스적인 것, 이 두 가지가 잘 조화된 ‘그리스 비극’은 인간 존재를 설명할 자신만의 철학이론이라 착각한다. (미학이 존재론을 설명할 순 없다.) 여기서 아폴론적이라는 것은 구체화하면 선형적인 예술, 조각, 건축물 등을 말하고 관념적으로 정의하자면 ‘개별성’의 ‘꿈’이다. 디오뉘소스적이라는 것은 하나의 종합적인 예술적 영감을 주는 전체이자 관념적으론 ‘개별성’의 모여 하나가 되는 ‘도취’라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예술적 감성의 조화가 인간 존재의 핵심이자, 쇼펜하우어가 부정적 정의 내렸던 ‘의지(결의를 전제로 한)’을 대체할 수 있는 긍정의 철학이다.
🏛️
월드컵 4강 시절, 광화문에 모여 필승코리아를 부르던 사람들의 마음 그 음악과 합일되는, 도취되는 경험을 떠올려보자. 니체에게 바그너의 음악은 그와 비슷한 경험을 주었을 것이고 염세주의자에게 살아있어야 할 이유를 하나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전공인 고문헌들을 열심히 공부해 보니, 고대 그리스에선 이미 디오뉘소스 축제 등 제사장이 제공하는 약물과 술로 성적 방탕과 자기 파괴적이며 쾌락적인 축제도 있었고, 데우스액스마키나가 관여하기 이전 ‘합창단’이라는 형태로 몰입과 도취의 기쁨을 준 것을 확인한 것 같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염세에 빠져 빨리 죽는 게 낮다고 믿는 것보다 아폴론적이며 디오뉘소스적인 예술적 파도에 올라타라고 세상에 외친 것으로 보인다. 절제하며 개별적 아름다움(아폴론적)도, 근본적인 개별의 합일과 조화인 ‘도취’도 같이 취하라는 것이다.
🏛️
플라톤에게는 #이데아 가, 칸트에게는 #물자체 가, 쇼펜하우어에겐 ‘의지’가 있었다면 니체에게는 ‘근원적 일자(一者)’(알수는없으나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적인것으로 환원되는 그 무엇)가 있다. 아직 일원론에 넘어가기 전 과도기적 상황이다. 그 모방은 음악을 통해 모사된다고 봤다. 그는 예술이 학문 대신에 ‘존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수단이라 믿었다. 침소봉대다. 파격의 철학자인 니체의 다른 책 들에 비해 이 데뷰작은 초라하나 니체 식 사고와 접근방식을 파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알기 힘든 예시들이 많아서 어렵게 느껴지지만, 요지가 명료해서 읽는 맛은 좋았다. 사실 니체책을 처음 보실 분들은 이 책보다는 #도덕의계보학 을 추천드린다. 쉽고 명쾌하다.
✍ 한줄감상 : 새 번역에 정성이 가득한 아름다운 책, 관상용으로도 좋고, 도전도 해볼 만하다. 과시적 독서면 어떤가 Dior가방으로 과시하는 것보다 백만 배는 낫다. 😌
덧, 하나
바빌론에는 ‘사카이아’라는 축제가 있었다고 한다. 축제 동안에는 노예들이 주인들을 부리며 술을 마시고 즐겼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야자타임이 생각나서 피식했다. ☺️
덧, 둘
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책 후반부에 니체이론에 대한 바론이 함께 실려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철학교수님의 작정하고 니체를 혼꾸녕을 내주고 있다. 🤣 책 구매하신 분들은 놓치지 말고 꼭 읽어 보시길 권한다.
p26 “ 비극은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인가? 기쁨, 정력, 넘치는 건강, 넘실거리는 충만함으로부터 생겨난 것은 아닐까? “
p29 “ 오로지 환영 속에서만 자신을 구원하는 신의, 가장 고통받는, 가장 모순적인, 가장 대립적인 신의 영원히 변화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워지는 환영이다. “
p30 “ 기독교는 애초부터 본질적으로 철저히 삶에 대한 삶의 혐오와 염증인바, 그것은 지금과는 다른 삶 혹 지금보다 나은 삶에 대한 믿음 속에 감추어지고 숨겨지고 치장되었을 뿐이다. “
p45 “ 꿈과 도취라는 생리학적 현상들은 아폴론적 본능과 디오뉘소스적 본능의 대립에 상응하는 대립을 보여 준다는 점에 나는 주목했다. “
p53 “ 디오뉘소스적 도취가 휩쓰는 가운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대가 다시 한번 확고해진다. “
p62 “ 아폴론의 음악은 소리로 표현된 도리아 건축물이라 하겠다. “
p71 “ 실레노스의 지혜를 뒤집어 ‘인간들에게 가장 나쁜 것은 곧 죽는다는 것이며 두 번째로 나쁜 것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를 정도…. “
p84 “ 이기적 목적을 촉구하는 개별자는 다만 예술의 적일 뿐, 예술의 기원일 수 없기 때문이다. 주관이 예술가라고 할 때, 그것은 이미 자기 개인적 의지로부터 해방된 주관이다. “
p103 “ 음악은 근원적 일자가 겪고 있는 근원적 모순과 근원적 고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모든 현상너머, 모든 현상 이전에 존재했던 영역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
p110 “ 리하르트 바그너는 음악 앞에 문명이란 태양 앞에 밝혀 놓은 등잔불과 같다고 말했다. “
p121 “ 군중 전체에게 예술적 능력을 전수하여 주변을 맴도는 환영들을 보고 그들과 하나가 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 디오뉘소스적 흥분이다. “
p161 “ 생소함은 희랍 비극의 근원이자 본질인 이중성,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뉘소스적인 것이라는 서로 얽힌 두 가지 예술적 본능들을 다시 발견하면서 해소되었다. “
p167 “ 소크라테스주의가 가진 최고 강령은 다음과 같다. ‘모든 것은 이성적이어야만 한다. 그럼으로써 아름다울 수 있다. ‘ “
p168 “ 소크라테스에게는 본능이 비판자이고 의식이 창조자였다. 실로 완전무결하게 망가진 상태가 아닌가! “
p206 “ 그(쇼펜하우어)는 음악이 다른 예술들처럼 현상의 모사가 아니라 의지 자체의 모사이며, 물리적 자연계가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것을, 현상들이 아니라 물자체를 표현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p211 “ 디오뉘소스적 예술은 개별성의 원리 뒤에 놓인 전능한 의지를, 모든 현상 너머에 모든 파괴를 극복하는 영원한 삶을 표현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
p213 “ 공포와 연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 있는 존재이며 개별자가 아니라 성적 쾌락으로 하나가 된 생명이다. “
p247 “ 격앙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탐구자에게 어울리는 평정심을 되찾아 반복하거니와 비극의 부활이라는 갑작스러운 기적이 한 민족의 가장 내면적인 생명 근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가르쳐 줄 사람들은 오로지 희랍 인민뿐이다. “
p279 “ 삶과 세계는 오로지 미학적 현상으로서만 정당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철학 #니체 #니체_기시리뷰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더풀랜드 (0) | 2024.11.04 |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0) | 2024.11.02 |
한국인의 기원 (0) | 2024.10.29 |
소설 쓰고 앉아 있네 (0) | 2024.10.27 |
그대의 차가운 손 (0) | 2024.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