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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무지의 즐거움

by 기시군 2024.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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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즐거움 #우치다다쓰루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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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말로 ‘짬에서 우러나오는 바이브’가 있다. 보통 암묵지라 부른다. 형식화시킬 수 없는 지식의 뭉치들. 이 책은 일본의 노학자의 암묵지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레비나스 를 전공하였으나 사회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전파하고 위대한 지식인들의 사상을 ‘전도’한다는 실용주의 지식인의 진솔한 대담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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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한 부분이 있었다. 저자는 자신에게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어떤’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 것을 찾아가는 중요한 길이 독서일 것이다. 독서는 3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난독(아무 책이나 손에 잡히는 데로 읽는 것) -> 체계적 독서(분야별 커리큘럼을 짠 후 진행하는 독서) -> 무방비 독서(난독과는 다른, 책의 가치를 판단하며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상태의 독서)의 순서이다. 

잘못된 독서는 책에서 내가 이해한 부분만을 골라서 요약, 이해해 버리는 것이라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이것을 ‘공감 베이스’의 독서라 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공감이 책의 판단 기준이 되어 버린다면, 넓은 지혜를 쌓는 주요 수단으로서의 독서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이 삶의, 공부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도 주장한다. 언제 찾을지 모르는 ‘진정한 나’를 위해 평생을 ’연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몇 가지 지식 나부랭이가 머릿속에 들어갔다고 건방을 떨지 말라는 경고로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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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로 치면 #유시민 같은 지식소매상 역할을 하는 학자로 보인다. 물론 유작가의 찐팬으로 그 영향력과 범위는 차이는 난다. 그래도 저자는 ‘ 독자를 지적으로 흥분시키는 것을 목표로 글을 p84 ‘ 쓰는 사람이라 자처한다. 현학이 목표가 아니고 자신이 체득한 각종 지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여 보람을 느껴보라는 지식인의 모습니다. 일본학계에서 저자는 ‘자기 전공 박의 일에 너무 많이 참견한다. p240 ‘ 고 지적을 받는다니 말이다. 😌

단, 저자가 학습과 병행하고 있는 ‘합기도’를 통해 습득한 ‘무도’의 정신 부분과, 과학성과 종교성이 본질적으로 같다는 주장 등에 대해선 큰 공감을 하진 못했다. 내가 그쪽 지식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다고 내 오만을 일단, 경계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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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는 조금이라도 다른 ‘나’를 찾아보라는 권유는 요즘 내가 하는 고민에 맞닿아있다. 학술(공부)이 해야 할 일이란 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1밀리미터씩이라도 넓혀 나가는 것이다. p154 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내가 모르는 것을 찾아가는 길, 뭔가를 알았다는 것에 안주하지 말고 ‘모르는’ 불안 속을 계속 걷는 것. 내가 선택하고 저자가 추천해 준 ‘무지’에서 ‘지’로 건너가는 갈이 아닐까 한다. 

✍ 한줄감상 : 깊이 보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책과 공부에 대한 태도를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얇은 대담집. 

덧,
가볍게 구성된 인터뷰집이고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요즘 고민하는 것들과 이어져 좋은 자극은 되었다. 흔한말로 천권의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하던데, 그 말대로라면 진작 바뀌었을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인가도 궁금했다. 🥲 그리고 몇해를 이렇게 책을 읽고 정리수준의 잡문에 시간을 보내는 내 선택에 대한 의구심도 모락거리고 있다. 연말에 좀 더 생각을 많이 해볼 생각이다. 이 책이 올해 마지막 피드가 될 것 같다. 다음 피드에선 올해를 정리해 볼까 싶다.

p21 “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려면 그 이외의 일은 가능한 한 매일 똑같이 반복하는 편이 좋으니까요. 계절 변화를 감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길을 걷는 것입니다. “

p40 “ 저는 ‘오리지널리티’, 즉 자기 나름의 길이건 독창성이건 없어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리지널리티란 시간이 충분히 지나고’ 그 사람이 정말 독창적이었어’라는 말을 들 때쯤에 비로소 있었는 없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 “

p68 “ 다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는 상태도 똑같은 정도로 좋은 일입니다.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의 목록을 길게 만드는 것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의 목록을 길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인간의 지적 성장에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 

p117 “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똑같은 인간이라면 외려 살아갈 보람이 없지 않을까요? “

p123 “ ‘사람’으로서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어도, 머릿속의 지식과 정보량이 증가한 상태를 ‘성장’이라고 부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겠지요….(하지만) 사람은 똑같고 그 안에 든 내용의 양만 증가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배움’이 아닙니다. “

p166 “ 저는 자본주의의 폭주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코뮌의 재생’입니다. “

p201 “ 표현의 자유든 민주주의든 그것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없다면 ‘ 그런 건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번복시킬 수 없습니다. “

p202 “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손을 뗀 사람들은 더는 민주주의 국가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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