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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발명 #정혜윤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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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좋은 이야기를 찾는 과정이라 말하는 작가. 라디오 피디 출신으로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쌍용차 노동자의 삶을 다룬 르포를 쓰기도 한 정혜윤 작가에 에세이다. 오며 가며 스치던 이름이었다. 그녀의 책은 처음 읽는다. 제목 때문이다. 삶의 발명이라니. 의미 찾기도 아니고 반성도 아니며 발견도 아니다. 그의 ‘발명’이 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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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 끝에서 6개의 발명이 쓰여진다.
*앎의 발명
일제 때 연합국포로를 감시하던 조선인 감시원 23명은 전범으로 사형당했다. 살아 돌아왔지만 갈비뼈 6개를 잃은 한 감시원의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전범으로 처벌받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었다. 작가에게서 ‘앎의 지도’라는 단어를 얻었다. 그 지도안에 담긴 것들의 크기만큼 살게 된다.
*사랑의 발명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씨. 경찰이 영안실의 시신을 꺼냈을 때, 그의 얼굴은 까맸다고 한다. 석탄가루 범벅. 부모는 오열했다. 대구지하철 참사를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 ‘유족’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을 발명’하고 있다.
*목소리의 발명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목소리다. 나의 앎의 지표는 타자에게 전달되며 그의 지표를 넓혀준다. 발전보다 중요한 게 자연이란 것, 문명의 이기 때문에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강제노역을 당하는 사실. 전달이 완료된 목소리는 무명씨들 간의 소박하고 중요한 통로다.
*관계의 발명
넷플릭스 다큐 #나의문어선생님 에서 감동을 받았다면, 그건 문어숙회로만 인식되었던 문어라는 존재와 인간이 관계 맺음이 가능했다는 놀라운 사실일 것이다. 먹고사니즘과 자본은 힘이 세다. 저자는 ‘실’을 이야기한다. 얇고 가는 실, 그걸 통해 우리는 관계의 선을 넓혀간다.
*경이로움의 발명
남태평상 외딴섬, 밤늦은 하늘은 어마어마한 별들의 빛으로 가득 차 있다. 행복에 대해 고민했고 그 행복은 유한하다는 것만 인지하던 사람들에게 어떤 경이로움, 어떤 기쁨은 영원히 각인될 수 도 있다고 저자는 알려주고 싶어 한다. 나의 경의로움을 찾아 움직이고 싶다.
*이야기의 발명
지구상에 가장 많이 유통되는 이야기는 돈 이야기일 것이라는 작가의 추측에 동의한다. 우리는 이야기의 힘이 무겁고 무섭다는 걸 알고 있다. 사유하지 않으면 우리는 타인들(부동산 개발업자, 파워엘리트, 인싸, 인플루언서, 정치인 등)이 그려놓은 이야기 속에 살게 된다. 따뜻한 온기를 가진 이야기는 우리의 ‘노력’ 안에서만 발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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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읽지는 못했다.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저자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내가 일상을 핑계로 그저 넘겨 들었던 사건들의 ‘진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고, 내 앎의 지표에 담기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많았다.
작가의 삶을 따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자기만의 삶을 발명해야겠다는 동기는 충분했다. 그녀가 발명한 많은 것들은 따스함과 약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자기 계발의 성공담이 아니다. 무명씨들의 이야기에 대한 응시를 통해 나를 삶을 교정할 수 있다. 그 녀의 이야기다. 인간은 ‘절대로 자기 홀로 창조적이지 않기p17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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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의 지표를 넓히고 앎의 지도를 그려가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름 만들어 온 내 앎의 범위와 사유의 깊이에 대한 자만이 의심스러워졌다.
내가 비행기 한번 비행이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면, 내 여행이 기후위기와 연결된다는 사유가 가능했을까? 앎과 삶은 연결되어 있고, 그 폭을 우리는 ‘최소한의 교향’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한줄감상 : 자아실현이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닌, 자아실현에 대해 고민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케이스 스터디.
p46 “ 그가 충성한 것이 그를 전범으로 만들었다. 박윤상은 자신의 ‘앎’이 틀린 것이었음을 아는 데 너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
p68 “ 너무 자주 우리 삶을 그토록 취약하게 만드는 것, 바로 지나친 자기 중심주의다. 이 자기 중심주의가 세상을 성스럽게 경험하는 것을 막고, 세상을 풍요롭게 가 아니라 그 정반대로 세상을 빈곤하게 경험하게 한다. “
p89 “ 희망은 정말 묘한 것이라서 희망을 가진다는 게 터무니없어 보이는 곳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된다……. 희망은 다른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곳을 바라보는 열망이다. “
p120 “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필수적인 광물 중에 콜탄이라는 것이 있어요…… 콜탄이 가장 많이 묻혀 있는 나라는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죽인데 IT산업이 발달하자 콩고민주공화국이 부자가 되는 것은 따논 당상처럼 보었어요. 그런데… 아동들이 강제노역에 시달리게 되었고 고릴라들은 서식지를 잃었어요.
p149 “ 삶의 의미는 삶을 가치 있게 사는 데 있고, 우리는 이것을 자아실현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렇게 자아를 실현하면서 삶을 살아내는 것을 삶의 발명이라고 부른다. “
p151 “ 만약 어떤 평범한 하루가 유난히 빛이 나는 하루로 기억에 남는다면 어떤 한순간이 진실했기 때문이다. “
p179 “ 나는 은둔자, 몽상가, 이상주의자, 게릴라, 난민, 잔존 세력들이 걸었던 그 길로 마니에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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