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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급류

by 기시군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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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정대건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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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골랐다. 이 책 ‘급류’가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소문에 호기심이 일었다. 발매 당시 흔한 사랑이야기라 생각하고 넘겼던 기억이 있었다. 궁금하면 읽어봐야 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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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진평’은 현실로는 어디쯤일까? 계곡과 저수지가 많고 물놀이를 많이 간다니 강원도 어디쯤의 여름 휴양처쯤 될 것 같다. 그 마을에 소방관인 아빠 ‘창석’과 아픈 엄마 ‘정미’, 그리고 17세 꽃다운 ‘도담’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계곡에서 우연히 만난 도담이 또래의 ‘해솔’이라는 남자아이는 순식간에 도담이의 마음을 흔든다. 갑자기 물에 빠져버린 해솔이를 창석과 도담이가 구하고, 외아들 해솔을 홀로 키워오던 미영은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 이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조금은 평이한 서두를 지나가던 소설은 조금은 색다른 선택을 한다. 당연히 도담과 해솔은 급격히 친해지기 시작하여 결국 연애감정에 젖기 시작하고, 그들의 부모들도 남의 눈을 피해 연애를 시작한다. 비극은 이 두 어른의 연애를 아이들이 눈치채면서 시작된다. 

아주 초반 이야기만 정리했다. 이 후 전개는 추정가능할 정도로 평이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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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2가지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첫째, 운명같은 러브스토리로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운명같은 사랑에 성공한 사람이라면 자기 옆의 파트너에 감사와 기적같은 만남을 같이 기뻐할 것이며, 한번도 불꽃같은 사랑을 못느꼈다면 이런 ‘소설같은(?)’ 뻔한 이야기라니 하며, 드라마 즐기듯 즐기면 된다.

두번째 방법은 거리두기다. 이 소설은 사랑대한 리얼리즘이랄까. 모자이크 같이 다양한 사랑의 양태를 모아 놓았다. 사랑의 실체에 대한 기본 질문을 시작하며 상당히 다양한 사랑의 진행과 결말의 과정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고 있다. 물론 작가의 가치관은 글 안에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을 ‘판단’되어지거나, ‘단죄’받기도 하고,  ‘추앙’되어지는 ‘사랑’자체에 대한 양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작가의 틀, 그리고 그리고 일상에 우리가 경험한 ‘사랑들’을 같이 고민하면 사랑에 대한 정답, 또는 가치에 대한 생각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

17세 도담과 해솔의 사랑은 숭고하고, 그들의 부모 창석과 미영의 사랑은 추잡한 걸까? 창석과 그의 부인 ‘정미’도 사랑했음으로 결혼했을 것이다. 사랑이 식고 다른 사랑을 선택한 것에 대한 ‘가치판단’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그것이 두 사람이 죽어야 할 정도로 벌 받을 일일까? 소설은 아지 긴 시간을 소설에 담으며, 경험해보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다양성’을 전해주고 있다. 해솔과 도담은 만다고 헤어지고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사랑은 나누고 다시 그들을 떠남으로써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아픔을 주는 여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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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가장 빠르게 깨닫은 것은 역시 ‘그/그녀의 체취’다. 유전자의 전략으로 유통기한은 4년 정도로 짧아지지만 우리 인간은 유전자의 노예가 아님으로 감정적, 이성적 ‘노력’과 ‘우연’을 통해 그 사랑의 체취를 유지하고 있다. 저마다의 깊은 우물을 가지고 노심초사하는 인간들에게 ‘사랑’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가. 

순간 끓어오르는 사랑은 유전자의 생식작용 탓이다. 하지만 그 이후 숱하게 많이 벌어지는 사랑의 다양한 경우들을 볼 때, 인간의 대유전자 대응은 만만치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뜨거웠던 사랑을 여러번 경험했을 수 있고, 잔잔한 호수 같은 사랑, 두툼하고 따뜻한 담요 같은 사랑, 참을 수 없어서 상대가 있는 사람을 빼앗아 오는 사랑. 리버럴인 나는 어디서 칼부림만 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랑에 ‘정의’나 ‘도덕’을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시작과 끝이 있을 뿐이다.
물론 이 책의 두 주인공 같은 기적같이 길고 오래되면서 뜨거운 사랑은 아직 보지 못했으나 ‘극’이라는 요소에선 양해해줄 만하다 생각한다. 😅 

✍ 한줄감상 : 뻔한 사랑이야기 일수도, 혹은 잘 정리된 ‘사랑’의 정체 찾기의 과정일수도. 

p39 “ 사람들이 숭고하다며 가치를 부여하는 일들은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벌어지거나 무모함과 닮았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나중에 의미가 부여된 것일 수도 있다. “ 

p77 “ 할머니는 교회에 나가자고 했다. 하나님은 믿기만 하면 도는 것을 용서해 준다고, 믿기만 하면 죄가 사라진다고 했다. 그렇게 대단한 하나님이 조건부 용서라니. 정말이지 속 좁고 쪼잔한 거래 아닌가. 그렇게 쉽게 용서받을 리 없었다. “

p82 “ 창석과 미영은 서로를 정말 사랑했나 아니면 그저 욕망에 도취한 불장난이었나. 그 둘은 어떻게 다른가. “ 

p97 “ 도담은 네 계절을 술로만 보냈다. 해솔이 보고 싶을 때면 도담은 술을 마셨다.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 그곳으로 자신의 밝은 모습이 전부 빠져나가 버린 것 같았다. “

p99 “ 연애라는 건 상대방이라는 책을 읽는 거라고, 그렇게 두 배의 시간을 살 수 있는 거라고, 태준은 말한 적이 있었다. “

p103 “ 예지야. 넌 감정에도 정담함이 있다고 생각해?”

p150 “ 여름이 다가오는 불길한 소리였다. 여름이 가까워 오며 날이 뜨거워질수록 두 사람의 격렬햇던 뜨거움은 식어 갔다. “ 

p159 “ 상처도 아무도 모르는 상처보다 그 상처의 존재를 아는 사람 앞에서 더 아프다. “

p224 “ 도덕이나 약속으로 어쩔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덮치는 일, 연인이 다른 사람과 사람에 빠지는 그와 같은 일이 삶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게 승주가 가장 두려워하는 불안이었다. “

p290 “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급류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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