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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서울 리뷰 오브 북스 16호

by 기시군 2025.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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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16호 #서리북 #서울리뷰오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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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새 유행하는 과시용 독서를 지지한다. 출판사에도 좋고 집어든 책에서 다만 몇 페이지라도 느낄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그것도 좋다. 반면 몰입형 독서도 나쁘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문학에 집중한다거나 좋고 편안한 에세이 위주의 독서도 그리 나쁠 것이 없다. 책은 대개의 경우 유용하니까.  다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의 선택에 대한 폭을 넓히고 싶은 독자들도 많은데 그들에게 책을 고르는 일이 사실 막막한 경우가 많다. 주변에 추천받을 만한 사람이 드문 경우 더 그렇다.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존재의미는 그 때 생긴다. 내가 접할 수 없었던 분야에 대한 자극과 독서욕구를 채워 줄 수 있는 거의 몇 안 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이 번책도, 앞으로 나올 책도 고마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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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특집은 만화다. 드라마화까지 된 #정연이 의 원작에 대한 리뷰는 이 작품이 20세기 중반 한국여성예술집단으로서의 여성국극의 의미와 드라마에서는 제거된 GL이라는 현재적 이슈를 같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소설 #나주 의 작가 #김화진 이 직접 쓴 #아카네이야기 라는 만화 리뷰는 글을 쓴다는 것과 말을 만든다는 것의 미묘한 유사성과 차이를 소설가의 입장에서 서술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2024 우리리뷰상 수상작 2편도 의미 있게 읽었다. #전장연 의 장애인 시위에 대한 깊이 있는 서평은 작가의 말처럼 ‘쓰여야만 할 글’이었다. ‘불쌍’이 ‘불온’으로 시민에게 돌진해 버린 현상분석은 리뷰상 대상을 수상할 만한 글이었다. 또한 입선작 ‘무위의 계보학’역시 ‘하지 않음’이 가지는 저항성을 노자의 도덕경과 접목시켜 색다른 텍스트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필경사 바틀비의 ‘하지 않음을 선택하겠습니다.’로 상징되는 종료가 아닌 시작의 전환에 대한 사유가 가득했다. 

20세기 말 순정만화 잡지 독자가 지금을 호흡하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비록 남자라는 신분에 예전 순정만화잡지는 거의 읽지 못했지만, 그때의 분위기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났으며 나 역시 좋아하는 #마스다미리 의 이야기들은 더 흥미를 돋웠다.

K의료의 현상을 바라보는 ‘의견’으로서의 리뷰, 나름 출판계에서 의미 있게 다루어지고 있는 #폭염살인 에 대한 리뷰, 특히나 장애인 아이를 가진 대기업 기획자가 ‘평균을 위한 학습’이 아닌, 개인에 맞춤 학습을 위한 AI사업을 해 오는 과정이 담긴 #우리는모두다르게배운다 의 리뷰도 인상 깊었다. 

이번 고전의 강은 다른 호 보다 더 유익했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사상적 근원으로 만 인식했던 #허버트스펜서 의 저작들의 정리해 가며 디테일한 스펜서의 각론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고마웠다. 그 역시 진보를 긍정했으나 시대적 한계 안에서 그 진보의 정체는 단순화가 복잡화된다는 아주 단편적인 판단에 그치고, 그저 가장 복잡한 진보를 이룬 유럽인들의 세계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되었다는 점은 19세기 중반의 그가 20세기 중반에 다시 호출되어 식민지 지배의 정당화, 작은 정부, 자유방임론의 근거가 되었나를 통사적으로 훑어볼 수 있었다. 

문학코너에서 ‘번역’이 가지는 의미와 소통, 연결의 문제를 풀어주는 짧은 에세이까지 즐겁게 읽었다. 그 중 한편은 내가 좋아하는 #백수린 작가의 글이니 더욱 마음에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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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디언의굴레 에 대한 서평에 대한 반론이 실린 것 역시 반가운 일이다. 책들 두고 벌이는 지적인 논쟁은 두 당사자와 독자 모두에서 이슈의 명확성, 이해도의 향상 등 유익한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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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호 나의 리뷰는 너무 후한가 싶기도 하다. 😅 한 가지 정도의 불만을 이야기하자면, 우리 리뷰상의 수상자들이 너무 ‘공부노동자’들에 집중된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석사 이상으로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를 간단한 논문형태로 만들어 내는 작업들은 그들의 ‘나와바리’다. 오히려 평범한 주부, 회사원 등 일반인들이 그려내는 서평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향후, 전문분야와 일반인 분야로 나누어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 한줄감상 : 독서광들을 위한 자신이내 접하지 못할 지적 자극의 범위를 넓혀줄 소중한 매체. 

p71 “ 이야기하는 ‘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믿고, 믿는 것을 재현해 낸 아카네로부터. “

p95 “ (장애인운동가) 우리 같은 사람들 투쟁현장에는요. 웬만해선 기자 하나 오질 않아요. 장애인들 비참하게 죽어 나가 봐야. 그냥 ‘아이고 불쌍하다’해주면 끝인 게 지금 현실이잖아. 그런데 우리가 출근길에 딱 하고 나타나니까, 이제 와서 갑자기 사회 전체가 난리가 난 거야. “

p107 “ 그러니까 무위란 작위나 인위적 행위 일반에 대한 안티테제인 셈이다. “ 

p109 “ 무위, 즉 무언가를 ‘하지 않음’이란 아주 오래된 인간의 성향 중 하나이다. 무위는 기존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거나 전복하려는 경향이기도 하고, 부조리에 대한 저항의 표출 방식이기도 하다. “

p149 “ 자신이 좋다고 생각한 것은 평생 죽을 때까지 자기만의 것이야. 설령 그것이 조금씩 모습이 바뀌어서 다른 사람 눈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 것처럼 보여도 내게는 같은 거야. “ 

p166 “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1도씩 오를 때마다 옥수수는 7퍼센트, 밀은 6퍼센트, 쌀은 3퍼센트씩 수확량이 줄어든다. “

p204 “ (스펜서) 신의 의지가 인간의 행복이며, 인강늬 행복이 인간 능력의 행사에 의해서만 획득되는 것이 라고 한다면, 신은 그 능력을 행사하기를 바라는 것이며, 자신의 능력을 행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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