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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딕테

by 기시군 2025.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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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테 #차학경 #문학사상 #DICT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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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영민교수의 해설, 이 책은 ‘보는 책’이라는 평에 동의한다. 하지만 영어로 쓰여진 책에 불어와 한국어 심지어 한자와 사진까지 담긴 책을 외국인/한국인 모두에게 보기 불편함을 선사한다. 

작품 감상전, 최소한 작가의 삶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만주에 살던 부모님은 해방과 함께 서울로 내려왔다. 전쟁 중인 1951년 그녀는 태어난다. 열 살 무렵인 62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그녀는 언어능력이 좋았다. 짧은 시간,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 그리스어까지 배워나간다. 64년 샌프란시스코 주립글짓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다. 성장한 작가는 UC버클리에서 4개의 학위를 따고 예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하나, 신혼이자 첫 책 출간 3일을 앞두고 지하 주차장에서 연쇄살인마에게 강간살해를 당하며 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장례식에 이 책 ‘딕테’가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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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9명의 그리스 여신들의 이름으로 소제목을 삼는다. 이들은 모두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인 므네모시네의 딸들이다. 

클리오 : 역사의 여신
칼리오페 : 웅변과 서사의 여신
우리니아 : 천문의 여신
멜포메네 : 비극의 여신
에라토 : 연애시의 여신
엘테레레(에루테르페) : 서정시의 여신
탈리아 : 희극의 여신
테프르시코레 : 노래와 춤의 여신 
폴림니아  : 성가의 여신 

그녀는 고통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그런 그녀는 멈춤을 취한다. 고통 그 밖에 것을 발설하기로 한다. 역시 그녀의 선택이다. ‘적나라한 그녀의 것p15’ 은 이 책을 통해 발설된다. 위의 여신들을 통해 그녀는 기도와 역사 속의 어머니, 여성으로서의 어머니, 그리고 그것을 받아 적는 자신을 묘사한다. 

웅변한다. 요구하지 않고 주어진 것만 받았던 어머니, 그리고 그의 민족에 대해여. 그리고 그 비극의 시작은 ‘ 억압 자체인 그 시간을 소일p99 ‘하게 만든 세계에 있다 말한다. 또한 비극의 연장은 세상이 그녀(들)를 계속 분산시키며 계속될 것이다. 연애는 가능하지 않다. 여자와 여자를 소유한 남자 사이엔 천국과 지옥만큼의 거리가 있다. 의무와 남자를 위한 사랑 만으로 침묵의 시간을 벗어날 방법은 없을 터이다. 

침입을 막고, 깊이를 없애고, 기다림을 지운다. 가득함을 말한다. 절제까지 지우면 침묵과 침식안에서 누구에게도 지령받지 않은 희극이 펼쳐진다. 예술가의 손을 떠난 시간 자체의 연극이다. 

여기까지도 추측이다. 더 이상은 알 수 없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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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근본없음에 대한 치유과정이 내재해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언어유희는 필사적으로 구체적이며, 최대한 모호하다. 신화 속의 여성을, 혼돈기 한국의 여성을, 자신의 어머니를, 그들을 ‘받아쓰기(불어:딕테)’하는 자신을 총체적으로 그리려는 시도는 읽은 이의 마음을 가라앉히며 자신의 세계로 계속 불러들이는 듯하다.

우리는 이 책으로 그녀의 예술의 일부만 확인할 뿐이다. 그녀는 자신을 ‘ 프로듀서, 감독, 연기자, 비디오와 영화작가, 공간설치예술가, 공연과 출판문학가 p221’로 정의했다. 1982년 살해당한 그녀의 작품은 1/8 만큼만 우리 손에 전달되었다. 침묵 속에서 그녀의 책을 바라보는 것은 결핍이다. 책에 삽입된 이미지만큼으론 충분치 않다. ‘나를 창문으로, 그 그림의 영상으로 , 올려주세요. 암석의 무게에 매여 있는 밧줄들을 풀어주세요. p191’라는 요청이 남아있다. 너무 일찍 떠나버린 천재는 이렇게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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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독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을 벌써 3번째 번역한 옮긴이도 아직도 이 텍스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옮긴이의 말대로 우리는 우리가 한 사람의 번역가가 되어 그녀를 읽어 낼 수밖에 없다. 모자란 나 역시, 내 감정이, 지식이 닿은 곳까지 그녀를 느꼈을 뿐이다. 

이 독서는 홀로 진행하는 세미나 같았다. 발제자 없이, 사회자 없이, 참석자는 나 하나인 세미나, 책 안의 주제를 선정하고 글을 분석하고 중심에 다가가려 했지만, 정답지 없는 세미나는 끝까지 다달을 수 없는 욕구불만의 상태만을 남길뿐이다. 익숙할 수도, 생경할 수도 있는 기시감. 그 기시감. 

✍ 한줄감상 : 무겁지만 적은 서사와, 사방으로 뻗치는 집요한 언어유희. 오래 기억될 독서의 추억. 

p28 “ 영성의 쾌락, 북사형의 쾌락, 유사한 투시의 쾌락, 반복의 쾌락, 그 상응을 순순히 묵인하라. 메신저를 묵인하라. 사제의 혀가 말하는 공모에, 또 그것을 위하여 묵인하라. 그들의 것들, 그 들의 언어로, 나와 반대 각본을, 나의 고해를 그들의 것으로, 그들의 언어로 글로 적고 말을 드게 하기 위하여, 말이 소리 나게 하기 위하여, 말들, 육신을 만든 말들. “

p42 “ 일본은 기호가 되었다. 알파벳, 어휘, 이 원수의 민족에게, 그것의 의미는 도구이며, 살갗을 찌르고, 살을 저미는 기억, 기록으로 남아 있는 낭자한 피, 물리적 실체인 피의 양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 

p69 “ 그들의 권력은 그들 의상 속에 꿰매져 있습니다. 10피트마다 서 있는 그들은 매번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존재이며, 누구를 대표하는 사람인지를 밝힐 것을 요구합니다. “ 

p123 “ 신의 정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완벽한 희생양이 필요했지만, 사랑의 법은 공포의 법으로 계승되었고 사랑은 나를 희생물로 선택하였습니다 나, 약하고 불완전한 창조물, 이 선택은 사랑을 받을 만한 것 아닙니까? “ 

p143 “ 타액을 분비하는 말들 / 타액은 말들을 분비한다 / 말들이 분비는 액체형으로 흐르고 / 말들을 분비한다. “

p167 “ 당신은 죽은 듯이 보이는 가지 위에도 목련꽃이 하얗게 핀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지가 달린 채로 남아 있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당신은 회중들로부터 떨어져 있는다. “ 

p175 “ 음성으로 하여금 돌의 무게를 음성의 무게로 대응할 수 있게 하라. “

p189 “ 기후에 하나씩 하나씩 흩날린 낱말들은, / 논쟁의 여지 없이, 시간에 서약되었다. / 만약 그것이 찍힌다면, 말의 화석 자취를 만든다면, / 말의 찌꺼기, 마치 페허가 서 있듯 서 있는다면, / 단순히 표적으로 / 시간에, 거리에 자신을 내놓아버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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