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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리스트모더니티 #김홍중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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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올해의 책으로 김홍중교수의 #은둔기계 를 뽑은 적이 있다. 생각의 틈에 스며드는 아포리즘에 감동했던 기억이 남는다. 그가 작년 8월 한 권의 책을 냈다. ‘생존’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사회의 사회학적 성찰과 분석을 진행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우리 인류의 내일에 대한 경고를 담은 학술적인 책이다. 아주 다양한 철학자와 사회학자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김교수의 사유는 어려워 보였으나 흥미로웠다. 만만찮지만 떠나볼 만한 여행이란 생각에 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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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줄기에 미세한 예시들과 담론을 담아가는 과정이 책에 담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지배담론이 된 지 오래다. 생존은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이념이며, 존재는 생존이다. 저자는 박수근의 그림과 박완서의 나목, 김기영의 영화 등을 통해 시대 안에서 악착같이 지속되며 반복되어 버티어낸 ‘목숨’의 틈바구니에서 피어난 ‘생존’이란 담론을 설명하고 있다. 그 생존은 ‘생존주의’라는 사상으로 발전한다고 본다. 벤야민의 눈을 통해 본 생존주의는 한국사회의 지배적 ‘꿈(리얼리티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어떻게 심리-레짐(regime:체제)로 굳어지며 사회전반에 배치(어셈블리지)되는지를 논증한다.
한국은 3개의 큰 파동을 겪으며 생존주의가 확대되었다. 19세기 후반 제국주의의 침탈, 20세기 중반 한국전쟁이라는 비극 그리고 1997년 IMF사태라는 경제위기가 불러온 신자유주의의 확대가 그것이다. 이 파동들은 바로 ‘민족의 생존’, ‘안보의 생존’, ‘개인의 생존’이 주류 이데올로기의 기반이 되게 만들어 버렸다.
대세는 이렇게 흘러가지만, 우리에겐 ‘생존주의에 저항하는 생존주의자들’ 즉 민중과 저항자들이 있었다. ‘ 생존주의의 바깥으로 가는 출구를 뚫어내는 존재들p91’ 은 동학에서, 5월 광주에서 자신의 생존을 버리며 승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생존한 자들에게 깊고 짙은 빚을 지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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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생존주의 한국을 설명하기 위해 ‘능력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냉혹한 세계’ 안에서 발전만의 생존의 원천이라 믿고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로서의 삶을 산 박정희와 ‘민중적 갈망’을 기반으로 낙관적 모험주의자로서의 자본가였던 정주영을 분석한다.
또한 세번째 파동인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서바이벌 생존주의화 되어가는지에 대한 과정을 영화 #기생충 과 드라마 #오징어게임 을 통해 대중들의 삶에 체화되어 가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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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관념이다. 카프카는 자유가 아닌 출구를 찾았었다. 저자의 말대로 지금의 ‘생존’은 하나의 ‘메타포’일지 모르겠다. 우리의 윗세대들은 생존의 실패가 ‘죽음’이었으나 지금은 그 자리를 ‘도태’라는 단어가 메우고 있다. 우리는 이 ‘도태’라는 단어를 성찰해 봤을까? 성찰마저도 도구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깊어질 따름이다.
이 후, 책은 민중신학과 생태주의 쪽으로 ‘생존주의’가 가지는 의미를 확대하고 있다. 성장을 목표로 한 ‘생존주의’가 결국은 한정된 공간과 물질로 구성된 #가이야 에겐 해가 되는 레짐이란 이야기다. 이 부분에 대한 정리는 분량 상 생략되어야 하지만, 생존주의 다음을 고려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문제제기라 생각한다.
✍ 한줄감상 : 한국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진단과 성찰, 부록으로 딸려오는 유명한 학자들의 다양한 시선마저 유용한 책.
덧, 하나
안보생존주의 시대인 70년대, 저자가 정리해준 문화예술인들의 저항의 길이 인상에 남는다. 난쏘공의 조세희, 추송웅의 ‘빨간피터’, 공옥진의 ‘병신춤’, 하길종의 ‘바보들의 행진’ 은 박정희의 숭고한 생존주의에 대한 불온하고 비규범적인 존재들이었다. 신자유시대 아니 맹목적 능력주의 시대의 저항하는 우리 시대의 예술가들과 젊은 대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덧, 둘
“ ‘600년 역사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권력에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로 시작하는 고 노무현대통령의 연설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저자는 그 연설 안에는 노골적인 반 생존주의의 단호함과 결기기 담겨있고, 그 결기를 듣고 있던 생존주의자들 그의 연설이 그들이 감추고자 했던 진실(!)에 대한 폭로였기에 노대통령에게 격렬한 적의와 적대감을 품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많이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p7 “ 우리는 생존주의를 비판할 수 있지만, 생존욕망을 비판할 수 없다. 그것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 인정의 대상 그리고 긍극적으로는 실험의 대상이다. “
p17 “ 를뢰즈와 가타리의 용어를 빌어서 말하자면, 박수근의 나무는 일종의 ‘기관 없는 신체’인 것이다. “
p23 “ 생존은 새명의 축적도 생명의 심화도 아니다. 그것은 더 많은 생명, 더 확장된 생명, 더 강화된 생명을 향한 코나투스(conatus)의 발현이 아니다. 생존은 오히려 죽음 쪽에서 온다. “
p43 “ 인간의 본능을 해부하면 검은 피가 난다. 그것이 욕망이다. “
p74 “ 생존주의는 불변하는 상수들의 관계망이 아니라 변화와 벼이 속에서 움직여가는 역사적 구축물이다. “
p81 “ 생존주의 레짐은 국제정세가 가져온 파장과 연동되어, 만국공법적 생존주의에서 냉전적 생존주의로 그리고 다시 신자유주의적 생존주의로 전환된다. “
p159 “ 마음은 결코 상부구조로 파악되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그것은 생산력으로 기능하는 하부구조다. “
p203 “ 삶의 기본적인 세팅 자체가 서바이벌 게임이 된듯하다. “
p209 “ 생존 대오에서 낙오한 자들은 단순히 무능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열등하며, 미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존재로 간주된다. “
p215 “ 왜 생존해야 하는가? 생존을 강요하는 이 사회 시스템은 정당한가? 생존에서 도태된 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나는 생존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생존주의자는 이런 질문들을 ‘성찰’ 하지 않는다. “
p242 “ ‘사회적’ 가치는 사랑, 동정, 시혜, 포용, 연대처럼 타자들과 공존하는 삶에 대한 도덕적 지향성을 표방한다. “
p251 “ 생존주의를 강하게 정초하는 철학적 원리인 코나투스가 일시적으로 제약되고, 제한되고, 그 효력이 정지되는 순간, 대신, 일상적으로 억압되어 있던 ‘사회적’ 충동이 사건적으로 솟구쳐 오르는 순간 (들은 우리가 경험했던 다양한 민주화 요구, 공권력과의 싸움 등을 통해 반복된다. ) “
p276 “ 흔히 ‘배치’ 또는 ‘배치물’로 번역되는 어셈블리지는 이질적인요소들이 연합하여 만들어진, 위계와 중심과 목적을 갖고 있지 않은 망상 네트워크다. “
p302 “ 왜 페미니스트가 비건이 되고 동물권에 더 빨리 민감해지고 생태주의자가 되는가? 왜 겪는 자들이 겪는 것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인간-너머의 겪음까지 실천을 뻗혀 가는가? 피해자들이, 무너진 자들이, 아픈 자들이 왜 함께 움직이는가? 파괴 관계에서의 위치성, 겪는 자들의 감수성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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