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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by 기시군 2025.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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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때에야보이는것들이있습니다 #슈테판츠바이크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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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가 얼마나 위대한 작가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글을 쓰며 평생을 살아온 시간의 대부분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의 비극 속에 있었고, 끊임없이 그는 세상에 대한 ‘의견’을 표출했다. 소설로, 그 보다 많은 ‘전기’로 또 다른 형태의 글들로...... 이 책은 1942년 자살하기 직전, 2년간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차분하지만 힘 있게 삶과 세계, 그리고 글에 대한 통찰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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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9편의 에세이가 술술 읽힌다. 자간도 넓고 페이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선물 경제(gift economy)의 현실버전이랄까. 독일 시골의 ‘홍반장’ 역할을 하는 청년의 이야기인 첫 에피소드도 재미있었다. 돈에 대한 생각을 담은 ‘나에게 돈이란’ 편은 슈퍼 인플레이션 상태에 있었던 1차 대전 패망 후 독일에서 3년 치 생활비로 오페라 티겟을 샀던 저자의 추억이 담겼다. 위기의 상황 ‘삶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돈의 실패보다 더 강하다 p42’는 그의 결론이 마음을 끈다. 

그가 그려낸 풍경화가 다채롭기도 하다. 루이 16세가 목이 떨어지던 날 센강에서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 비극이 한없이 길어지면, 그것에 몰두하는 능력이 오히려 감소 p56’ 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지금의 대한민국 이야기가 아닌가? 내란 종료되지 않았고 기득권 엘리트들은 이상한 짓거리만 하고 있다. 불안하고 힘들다. 언제까지 이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가. 조절하자. 긴장도 불안도. 슈테판 아저씨의 충고가 귀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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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발언의 자유를 가진 모든 사람의 첫 번째 의무는, 이런 당연한 권리를 빼앗겨 직접 발언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을 대신하여 발언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p97 ‘ 는 선언이 아직까지도 유효한 지식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제1 덕목이라 생각한다. 수백만명의 죽음을 곁에서 목도한 지식인이 자신의 안위에 매몰되지 않고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의지. 가끔 이런 인간의 자기희생적 의지에서 경외심을 느낀다. 12.3 내란일에 장갑차를 막고 섰던 청년의 뒷모습에서 그와 비슷한 감정의 떨림이 같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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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이 필독서라 할 수 없다. 슈테판 츠바이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소장각인 책이지만, 너무 짧은 내용으로 책 자체만으로는 전달될 독서의 양적 가치가 적다. 물론 짧고 쉽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받고 싶은 독자들에겐 추천이다. 개인적으론 그보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작들을 찾아 몇 권이라도 먼저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웰메이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가이다. ☺️

✍ 한줄감상 : 격랑의 시대를 버티고 살아낸 거대한 문인의 마지막 유언집. 

p16 “ 그는 사람들의 인성을 믿었다. 그는 은행에 적금을 넣는 것보다 이 작은 도시에 거의 모든 사람의 마음에 도덕 의무라는 유동자산을 저축하기를 더 좋아했다. “ 

p33 “ 공감의 말과 행위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만 참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

p55 “ 역사적 사건이 벌어지는 바로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사건을 경험하고 그에 참여하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잊으려 애쓴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

p57 “ 우리의 심장은 너무 작아서 일정량 이상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한다. “ 

p74 “ (로댕) 그는 오로지 자신의 작품과 그 너머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그가 성취하고자 했던 너 높고 더 진실한 형태만 응시했다. “

p107 “ 침묵, 뚫을 수 없는 침묵, 끝없는 침묵, 끔찍한 침묵. 나는 그 침묵을 밤에도 낮에도 듣는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로 내 귀와 영혼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어떤 소음보다 견디기 힘들고, 천둥보다, 사이렌의 울부짖음보다, 폴발음보다 더 끔찍하다. “ 

p114 “ 비록 독일인들은 우리 오스트리아 사람을 더는 독일인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나는 고일 정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모든 악행에 대해 이 자리에 모인 프랑스, 영국, 벨기에, 노르웨이, 폴란드, 네덜란드동료들에게 일일이 용서를 구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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