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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

by 기시군 2025.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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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않을권리다시쓰기 #강신주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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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 강신주박사의 #상처받지않을권리 를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낯선 철학자였지만 그때까지 알던 스테레오 타입의 철학자와는 달랐다. 어렵고 복잡한 철학 이론들을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잘 요리해서 내놓은 솜씨가 일품이었다. 그 후 난 그의 팬이 되었고, 오랫동안 그가 내놓는 대부분의 책을 읽었다.

이 책 ‘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는 작년 봄에 출간되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에게 주목 받지 못하고 사라진 느낌이었다. 팬이라는 나 역시 꽤나 늦게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늦게나마 집중해서 읽었다. 글을 대하는 그의 진지함을 아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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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목적은 분명하다. 상처받고 있는 개인들에게 당신이 상처받은 이유를 알려줌을 목표로 한다. 많은 포장지들을 벗기고 나면 ‘자본주의’라는 현실이 당신을 괴롭히고 있다 말한다. 돈에 대한 본능적인 맹신, 거의 종교화 되어버린 ‘자본주의’, 그는 5명의 철학자들의 입을 빌려 인문학으로 그 상처에 대한 치유법을 모색한다. 

짐멜의 도시인문학을 통해 이 시대 ‘욕망의 맨얼굴을 확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벤야민의 눈을 빌어 산업자본이 만든 ‘유행’이라는 집어등에 어떻게 사람들이 모여들어 자본주의적 삶을 살아가는지를 살핀다. 이어  부르디외를 통해 체화된 자본주의의 내면, 아비투스, ‘구별짓기’라는 근대 자본주의의 추동력을 정리한다. 이어 보드리야르를 통해 ‘생산’에서 ‘소비’로 넘어가버린 자본주의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며, 마지막 페라리스의 ‘다큐미디어론’이라는 최신철학이론으로 빅데이터를 가지게 된 기업에 자발적으로 ‘동원’되는 소비자 개인과 자본과의 관계를 살핀다.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상식에 대해, 그 지배력은 돈을 사용하지 않은 순간에만 유효하다는 진실, 그리고 사실 우리 모두는 ‘돈을 위해 사랑을 하고, 돈을 위해 신뢰를 쌓으며, 돈을 위해 우정을 맺고 있는 것이 아닐까p57’ 하는 질문들에 대한 철학자의 대답이다. 

언급하는 많은 철학자들은 마르크스의 통찰에 긍정한다. 하지만 각자 조금씩 다른 의견들로 현실 자본주의를 바라본다. 벤야민의 경우, 문화와 같은 상부구조는 하부구조(경제체제)에 종속된것이 아니라 나름의 독자성이 있다고 보고, 19세기 파리 아케이드, 백화점 속의 문화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를 해부한다. 부르디외와 보드리야르를 통해 ‘생산’에 가있던 자본주의 본질을 ‘소비’로 가져온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빅데이터, AI시대의 자본주의는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스펙터클(백화점, 영화관, 경기장, TV 등)을 담은 스마트폰이 가지는 영향력과 자본주의 변화를 꼼꼼히 살핀다. 

참 손이 많이 가는 다시쓰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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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었는데, 새로 읽은 기분이다. 많은 질문들이 남는다. 요즘 결혼상대에 대한 요구사항 첫째가 경제력이라는데, 이것은 매춘의 조건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거친 질문부터, ‘취향존중’이라는 일상어에 숨어있는 아비투스의 함정. 칸트 미학에서 빌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학습할 여유가 있는) 부르주아 계층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존중’으로 위로받아야 하는 비상류 대중의 현실을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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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도움으로 자본주의 안에서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과정을 정리한 책이다. 읽고 나서 책장을 뒤져 초판을 다시 찾아봤다. 너무나 많은 분량이 늘어났고, 핵심주제는 동일했으나 2009년 이후에 벌어진 많은 사회적 변화를 담은 사건과 철학자들의 시선을 추가로 정리했음을 알게 되었다.

마르크스의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형태로 자본주의는 견제받아야 한다. 예전엔 만국의 노동자들의 단결을 외쳤다면, 지금은 만국의 소비자들의 단결을 외쳐야 하는 상황이다. 책은 그 이유와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인문정신으로 욕망의 노예가 되어가며 상처 입는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무엇인지 알아야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아는 것이 먼저다. 

✍ 한줄감상 : 돈이 있으면 명랑해지고 돈이 없으면 우울해지는 당연한 일에 대한 철학적 대답. 

덧,
심지어 요즘 ‘자기계발서’로까지 팔리는 ‘아비투스’는 문화자본, 학력자본,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생기는 관계자본으로 구성되어지는 데, 이는 중산층 부모가 계급상승을 위해 필사적으로 벌이는 교육전쟁의 원인이자, 상류계급들이 자기들만의 울타리를 만드는 프레임을 활용되고 있다는 점 역시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p11 “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자유란 ‘소비의 자유’ 일뿐이고 자본주의에서 얻는 기쁨이란 ‘자기 파괴적인 욕망의 충족’ 일뿐입니다. “ 

p34 “ (짐멜) 그는 … 칸트라는 양적 개인주의자와 니체라는 질적 개인자! 칸트 철학의 보편성과 영원성만을 강조하던 당시 철학계로서는 아마도 이러한 짐멜의 관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겁니다. “ 

p53 “ 신에게 철저히 의존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면, 기독교도에게는 평화와 안식이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돈을 수중에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현대인들의 마음에도 여유와 안정이 찾아들지요. “ 

p72 “ (짐멜) 인간은 차이를 본질로 하는 존재이다. 즉 그의 의식은 그때그때의 인상이 선행하는 인상과 구분되는 차이에 의해 촉발된다. “ 

p125 “ 백화점은 고가의 상품을 사는 사람과 그것을 동경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동시에 공존하는 공간, 그런 이유로 자본주의적 욕망을 훈련하는 공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요. ‘ 

p129 “ 예링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적이기는커녕 오히려 ‘변화욕, 미적 감각, 겉치레를 좋아하는 것, 모방 본능’이 두드러지는 존재입니다.
“

p136 “ 욕망(desire)은 단순한 충족을 뒤로 미루면서 여전히 충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욕구(need) 보다 더 복잡한 개념이지요. 욕망이란 사실 욕구를 기묘하게 뒤틀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 

p142 “ (바타유) 에로티즘에는 유혹과 공포, 긍정과 부정의 엇갈림이 있으며,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인간의 에로티즘은 단순한 동물의 성행위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거꾸로 금기의 대상은 금지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강력한 탐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p147 “ 보를레르에게 파리는 ‘악의 꽃’….. ‘악’은 19세기 파리를 장악했던 산업자본의 힘, 다시 말해 ‘화폐’를 상징하지요. 그리고 ‘꽃’은 화려하고 매혹적인 ‘상품’이나 ‘여성’을 상징합니다. “ 

p163 “ 벤야민은 도박과 매춘에 존재하는 희열이 ‘신과 함께하는 삶의 경로로부터 쾌락을 훔쳐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 

p192 “ 아비투스는 ‘특정한 물질적 존재조건’에서 형성되고 만들어진 ‘구조화된 구조’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의 환경마저 그에 따라 재편하려는 ‘구조화하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

p233 “ (칸트에게) 분별력이 있는 사람, 혹은 배운 사람이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칸트에 따르면 같은 대상이나 사건을 필요에 따라 이론적 관심으로도, 실천적 관심으로도, 혹은 무관심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 

p247 “ 하류계급 사람들은 자신들이 현재 가진 물질적 토대로는 상류계급의 아비투스, 혹은 미적 취향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 

p296 “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그것(소비)은 상품을 필요의 대상이 아니라 욕망의 대상으로 만듦으로써 가능합니다. 즉 소비자를 유혹하는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바로 기호가치입니다. “  

p421 “ 다큐미디어자본의 근본 목적은 개개인의 데이터들을 이용해 ‘소비를 조종하고, 소비를 이해하고, 소비를 포획하는’것이니까요. 문제는 웹에 저장된 데이터들로 발생한 잉여가치를 다큐디어자본이 독점한다는데 있습니다. “

p444 “ 인문정신은 자본주의가 각인한 우리의 개인적 욕망들을 억제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 자신의 삶이 얼마나 자본주의로 인해 상처받고 있는지를 아프게 직시하도록 만드는 기적을 발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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