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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산의기억 #오르한파묵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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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일기를 읽는 행위는 매혹적이다. 불온을 기대하며 은밀함을 침해하는 배덕감을 준다. 그 대상이 대작가 ‘오르한파묵’이라면, 더군다나 화가를 지망했던 그는 글과 그림을 한꺼번에 페이지 안에 박아 넣었다. 2009년부터 2022년 사이, 그는 매년 2권 이상의 일기를 썼단다. #몰스킨 노트에만 쓰여진(아니 그려진) 그의 기록들 중 발췌된 한 권의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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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시간 순이 아닌 ‘감정’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2016년도 일기의 다음 페이지는 2009년이 될 수도 있고, 2019년이 되기도 한다. 책 앞부분에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보여지는 산, 바다, 자연, 도시 등에서 어떤 ‘의미를 보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다. 그는 어디든 앞자리를 찾는다고 한다. 앞에서 보아야 잘 보이고 잘 그릴 수 있단다.
가끔은 미완성을 그림을 남겨두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일기 내용에 맞는 그림을 추가하기도 했다고 한다. 기록으로의 일기가 아니다. 봤던 것에 대한 재해석, 다시 보기를 통한 ‘다른 방식으로 보기’의 실천툴로 활용된 일기라 하겠다.
그에게 그림은 글 만큼이나 소중하다. ‘감정은 색깔이 되어 온몸으로 퍼져 p79’ 나간다한다. 그것은 마치 성욕처럼 불현듯 솟아오른다 한다. 그 감정의 파도 위에 더 깊게 세상을 느끼게 해주는 것을 올린다. 글이고 글을 쓰는 과정이고, 그것이 그의 소설이다. 이 책의 대부분은 소설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고민, 주변인들의 반응 등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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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 속에서 읽었다. 감탄하며 감상했다. 2개의 페이지, 한장이 완결된 세계가 된다. 제약 없이 마음에 있는 날것과 손 가는 데로 그려지는 선과 감정을 담은 색깔을 입힌다. 잘 쓰는 글씨 같지도 않은 글자들이 한 장 안에서 색깔을 바꿔가며 파편적으로 쓰여진다. 그림과 어우러지면서 말이다. 졸필에 없는 그림솜씨와 부족한 문학적 감수성은 이렇게 그저 부럽게 바라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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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다 만족시키진 못했다. 난 좀더 내밀한 이야기를 원했다.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에피소드는 얼마나 많을 것이며, 아침에 지중해가 보이는 해변가 숙소에서 눈을 뜰 때, 발췌된 내용처럼 차 한잔 후에 소설만 쓴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가 남겨놓은 문장들 속에서 의미를 찾고 되새김질 할 만한 것도 많았다. 하지만 어찌 보면 모범생의 일기 같은 느낌을 더 받았다. 문학적 감성이 가득한 악동스러운 일기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 한줄감상 : 일기를 문학작품으로 레벨 업시키는 새로운 시도, 그림과 글이 합쳐진 이런 형태의 기록은 신선하다.
p27 “ 어떤 날은 영감이 떠올라 빈 페이지에 그저 그림만 그렸다. 글은 나중에 썼다. 때로는 다음 날, 때로는 다음 해 혹은 오 년 후에 가끔 일기장을 뒤적이고, 빈 면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거웠다. 이곳은 나에게 속한 세상이다. “
p37 “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세상을 떠올리기 때문이 아니라 잊게 해 주기 때문이다…. “
p68 “ 우리 자신의 발걸음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
p73 “ 우리는 순간을 살고, 시간은 흐록,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꿈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배가 출항한다. “
p92 “ 파시스트 튀르키예 부르주아는 온건한 행동법, 쿠르드족을 형제로 대하는 방법을 모른다. “
p96 “ 풍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그 풍경이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풍경이 전달하는 느낌이다. “
p107 “ 사람들이 그 소설에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p138 “ 가장 큰 행복은 소설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이다. 항상 등장인물들과 함께 사는 것. 나는 내 소설에 매우 만족한다. “
p151 “ 이슬람 세계에 민주주의 도래한다는 것은 멋지다. 하지만 서구화된 세속주의 독재정권이 이슬람 독재 정권으로 바뀌는 것은 두렵다. “
p222 “ 톨스토이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다시 불타올랐다. 도스토앱스키는 그만큼 위대하지 않다…. , 톨스토이의 모든 문장은 나에게 진실한 영향을 미친다. “
p279 “ 2005년 아르메니아 대학살에 대해 언급했다는 혐의로 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나오는 길에 돌 세례를 받았다. “
p287 “ 공책의 수가 늘어날수록, 더 큰 면에 그림을 그릴수록…. 작품이…. 질과 아름다움이 떨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294 “ 결국 우리는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 사는 것…, 그러면 인생의 다른 사소한 부분들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으로 가득한지 알게 된다. “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일기 #먼산의기억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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