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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사생활 #장진영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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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추천글을 읽고 장바구니에 담았던 책이다. 얼핏 뒤져본 책의 평은 재기 발랄한 문제, 신선한 아이디어, 현실에 대한 사유에 대한 칭찬들이 보였다. 일단은 소설은 재미있고 봐야지 하며 책을 들었다. 역시나 뻔뻔스러운 엉뚱함과 자잘하지만 이어지는 파격, 그리고 능청스레 현실을 무시하는 핍진성은 조금 다른 읽는 재미를 제공한다. 드믄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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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새콤달콤’을 사라 나갔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이유는 모른다. 나는 혼자 산다.
내가 사는 곳 바로 위층은 은협씨 가족이 산다. 초등생 아들 둘, 이제 일곱 살 셋째 ‘소연’ , 젖먹이 ‘민희” 그리고 남편 보일씨다. 나나 그집이나 전세살이다. 2023년는 집 때문에 난리가 났던 해였다. 은협씨네도 문제가 생겼다. 집주인이 집을 빼라는 것이다. 그때 생겼던 임대인방어권을 쓰려했는데 자기 아들이 결혼해 살려한다니 무조건 집을 비워야 한다. 하지만 무지막지 오른 주변 시세에, 은협씨네는 대책이 없다. 어느새 친해진 은협씨는 내게 도움을 청한다. 왠지 탐정 역할이 하고 싶던 나는 일단 은협씨를 돕기로 한다.
그 판국에 남편 보일씨가 수상하다. 장롱 속, 숨겨둔 고급하이힐을 발견한 은협씨는 현장을 잡겠다며 나와 함께 보일씨를 미행했다. 그가 들어간 작은 빌라까지 쫓아, 경찰까지 대동하고 은협씨는 현장을 급습했으나 내연녀는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은협씨가 뭔가를 숨기는 것 같다.
자꾸 은협씨와 엮이는 일이 생긴다. 은협씨는 나에게 의지하고 이것저것 도움을 청한다.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돕고, 도울 수 없는 것은 돕지 않는다. 돕다가 떡고물이 생기면 챙기고, 뭐 사는 게 다 그런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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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을 본 적이 없어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책만 보면 저자의 의도 전달은 명확히 전달된다. 세상은 엉망진창이며, 인간은 구원받기에는 너무 악한 존재들이다. 일상이란 것들은 익숙함을 무기로 우리에게 달려들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온갖 폭력성으로 가득하다. 서로를 시기하고 이용 당하거나 이용하기 바쁘다. 진실은 순간에만 존재하며 빠르고 정확하게 지나는 시간은 인간들에게 진실의 ‘사용성’에 불과하다고 알릴 뿐이다. 최근 읽은 한국 소설 중 가장 냉소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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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까지 너무 묘사되는 생활묘사의 ‘번잡스러움’에 지치기도 했다. 정신없이 아이 넷을 키우며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닥친 일들을 처리하는 은협의 모습과, 좁은 집에서 퇴근 이후 자기의 공간 한 뼘 없이 ‘생활’에 같이 복무할 수밖에 없는 보일의 생활이, 우리 생활 근처에서 흔히 보이는 ‘서민’들의 삶 아니던가. 작가는 그들을 격려할 생각은 없다. 부조리한 세상의 늪에 사람을 더욱 밀어 넣으며 이게 당신들의 세상이라고 타자기를 두드린 듯싶다. 하긴 소설이 언제 세상에 답을 던진 적이 있었나? 오래전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처럼 자신의 눈에 들어온 풍경을 그대로 그려내는 것만으로 작품은 ‘예술’이었다. 표현된 칼라의 기괴함은 개성이었다. 그 정도로 저자의 이 책을 소화하기로 했다. 아직 작가를 다 모르겠다.
✍ 한줄감상 : 2년 전에 읽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소설, 요즘은 위악보단 위선이라도 위로가 필요한 시간들이라 그렇다.
p13 “ 칠칠치 못한 간호사가 소연의 팔을 살피더니 기쁜 듯 외쳤다. ‘스무 가지 항원에 전부 알레르기 반응이네요! 이런 거 처음 봐요! ‘ “
p26 “ ‘ 아무튼 나는 이기고 싶어요. 그리고 이기는 방법은 하나예요. ‘ ‘뭔데요?’ ‘지지 않는 거요.’ “
p33 “ 임신 공격이라는 말 알아요. 언니? 임신시켜서 결혼하는 거 말이에요. 공격했어요. “
p47 “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어서 화난 게 아니었다. 가정이라는 조별과제에서 혼자서만 쏙 빠져나가려 했다는 점이 은협을 몸서리치게 했다. “
p70 “ ‘죽어 마땅한 인간이었어요. 그보다.’ 나는 더 흡족한 대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죽는 게 우월 전략이었겠고요.”
p90 “ 이 년 전, 빚을 내서 집을 샀더라면 그때는 아주 조금 모자랐을 뿐인데, 이제는 꿈도 꿀 수 없게 되었다. 은협은 죽고 싶었다. 천국에 간다면,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천국의 땅을 사리라. 죽으면, 죽어도 전세 살지 않으리라. “
p124 “ 핼러윈데이의 착한 어린이처럼, 인간은 기본적으로 짐승이었다. 먹을 주면 좋아했다. “
p136 “ 셋째 아이는 아프트 청약 가점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곤 했다. “
p144 “ 은협은 도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듯 보였다. 프롤레타리아의 기본값인가 싶었다. 혹은 삶의 신산 때문인가 싶었다. “
p156 “ ‘들키고 나니 알겠더군요. ‘ 보일 씨가 자조했다. ‘제 취미는 여장이 아니라 사생활이었다는 걸요. “
p195 “ 사기는 걸리면 친사람 안 걸리면 당한 사람 잘못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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