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자살

by 기시군 2025. 2. 18.

✔️
#자살 #에두아르르베 #워크룸프레스

🪦
언젠가 친구와 대화 속에서 ‘자살’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는 아주 나쁜 상황에 처해 있던 그의 ‘자살’이 이해가 된다고 표현했다. 이야기를 듣던 친구는 강하게 부정했다. 자살은 이해받아서는 안 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 친구가 천주교인이라는 사실이라 대화는 더 길어지지 않았지만, 의문은 계속 남았다. 

‘이해’란 단어는 ‘허용’도 ‘추천’도 ‘긍정’도 의미하지 않는다. 어찌되었던 친구보다 내가 ‘자살’에 긍정적이란 사실은 깨달았다. 이 책 ‘자살’을 읽다 보니 그 친구와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내가 물론 자살 옹호론자는 아니지만 나의 ‘긍정’의 정체를 찾고 싶었다. 

🪦
책은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그냥 ‘글’이다. 나와 당신이라는 두 주체가 나와서 문장들을 꾸리고 있지만 나와 당신은 다르지 않다. 한 사람 안에 존재하는 두 주체 일 것이다. 

자살이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까. 저자는 그것을 믿었다. 삶은 지속적으로 손상받는다. 최종 답변은 자살이었고 자신의 자살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만든다. 자살에 대한 ‘사소한 사실’을 ‘소설같은 글‘로 만들어 편집자에게 보내고 열흘 뒤 실제로 그는 자살한다. 

저자는 사라졌고, 그가 쓴 글만 남았다. 텍스트 안에서 그의 자살을 더듬어 본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손상을 입고 무거움을 느끼는 일상. 삶이 폐허같이 느껴지며, 그 폐허는 그에겐 ‘미학적 결과물 p18’이었다. 그가 떠난 42살의 나이로는 스스로의 ‘슬픔’의 이유를 알지 못했을 것 같다.

그는 죽음은 무섭지 않았다.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어떻게 무서워 할 것인가. 오히려 삶 말고 남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한 것이다. 공허 때문이다. 행복을 찾으려다 실패하면 찾아오는 공허는 이미 아는 것이고 반복적이다. 근본적인 선택으로 삶의 부조리함을 바꾸려 했다. 

🪦
저자도 알고 있다. 정신적인 치료. 하지만 그에게 몇차례 항우울제 처방은 큰 효과가 없었다. 첫 처방의 약은 자신이 분리되는 것 같은 부작용이, 두 번째 처방으로는 잠을 잘 수 없는 부작용이 이어졌다. 불행이라 해야 할까. 자신에게 맞은 의사, 처방이 있었다면 그는 그걸 선택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너(자신)을 제외한 누구도 너에게 죽음보다 큰 삶에 대한 의욕을 줄 수는 없었다. p94’ 고 단언하는 그에게 자살은 운명처럼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 대한 미안함은 ‘죽음이라는 소강상태 p99’에 대한 욕망을 이기지 못했다. 

🪦
좋은 날씨에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이 이글거리는 분들은 이해 못하는 상황이 있다. 저자 르베같은 이에게는, 좋은 날씨가 ‘고독에 대한 방해’, ‘기쁨에 대한 의미 p71’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순간, 이해는 분절된다. 

과민하게 반응할 것 없이, 그런 선택을 한 사람을 ‘이해’하는 여정으로 이 작품이 읽혔으면 좋겠다. 남자소변기가 예술품이 되는 시대에, 한 사람의 자살이라는 선택과 그 자살에 대한 글이 한 편의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할 이유는 있을까. 

✍ 한줄감상 : 예술로 승화시키고픈 자살의 춤사위, 사실과 행위로 만들어진 퍼포먼스 유언장.  

p15 “ 너를 알던 사람들이 살아 있는 한, 너는 여전히 살아 있다. 너는 그들 중 마지막 사람과 함께 죽을 것이다. “

p16 “ 너의 삶은 하나의 가설이다. 늙어서 죽는 사람들은 과거의 집합체다. “

p17 “ 너는 내가 원할 때 나에게 말하는 한 권의 책이다. 너의 죽음은 너의 삶을 썼다. “

p22 “ 내일이면 잊힐 오늘의 작가들보다 과거의 작가들이지만 오늘날 계속 출판되고 있는 작가들을 읽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 

p23 “ 너는 낮이 너의 몸에서 가져갔던 것을 밤이 돌려준다고 말하곤 했다. “

p32 “ 네가 선택한 죽음은 너 스스로 장소, 순간, 그리고 방법을 결정하도록 했다. 완성하기 위해 너 스스로 연출해야만 했다. “

p43 “ 네가 행복하거나 걱정이 없을 때 거울을 보면 너는 누군가였다. 불행할 때의 너는 아무도 아니었다. “ 

p57 “ 너는 네 아내에게 충실했지만, 그건 네가 살고 있던 도시에서는 그를 배신할 어떤 기회도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 

p61 “ 너는 아름다운 음악은 슬프고 슬픈 건축은 추하다고 생각한다. “

p79 “ 욕망은 성취되지 않는 한 연장된다. 쾌락은 욕망의 죽음을, 곧이어 쾌락 자체의 죽음을 뜻한다. “

p101 “ 악은 나를 놀라게 하고 / 망각은 나에게 간절하며 / 웃음은 나를 구원한다 “

p106 “ 아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고 / 모르는 것은 나를 파괴하고 / 잊는 것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

p107 “ 태어나는 것은 나에게 일어난 일이고 / 나는 것은 나를 차지하는 일이고 / 죽는 것은 나를 끝내는 일이다 “

p110 “ 바로크는 나를 역겹게 하고 / 고딕은 나를 차갑게 하고 / 로마네스크는 나를 밝힌다 “

p113 “ 행복은 나를 선행하고 / 슬픔은 나를 뛰따르고 / 죽음은 나를 기다린다 “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자살_기시리뷰 #프랑스소설 #21세기최고의책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마와 함께 춤을  (0) 2025.02.16
설명충 박멸기  (0) 2025.02.14
지능의 기원  (0) 2025.02.12
취미는 사생활  (0) 2025.02.09
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  (0) 202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