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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이야기꾼들

by 기시군 2025.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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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들 #보후밀흐라발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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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민음사패밀리데이에 몇 권의 세문전 책과 함께 구매한 책이다. 작가의 #너무시끄러운고독 을 좋아하는 터라 그의 초기 단편들이 궁금했다. 내가 좋아하는 #밀란쿤데라 보다 더 체코에선 인정을 받는다고 하니 궁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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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몇 편만 보자.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독일병사, 물품, 일반 승객들이 지나고, 타고 내리는 평범한 체코의 시골 기차역. 하급직원 ‘흐르마’는 고민이 있다. 여자친구 마샤와 야릇한 진도를 내려는데 갑자기 기능상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경험 있는 여성분의 도움으로 해결을 했는데, 여자직원 엉덩이에 도장이나 찍어대는 고참 직원 ‘후비치카’는 독일군이 잔뜩 타고 지나가는 ‘ 엄중히 감시받는 소송 열차’을 폭파시키자고 꼬신다. 이를 어쩐다. 

*이야기꾼들
시멘트공장의 먼지 때문에 사방이 뿌연 마을 사람들은 다른 동네로 나가면 건강이 나빠져서 돌아온다. 이 동네 먼지를 마셔야 정상적이 된단다. 내가 이 동네 온 이유는 친구 이르카를 만나기 위해서, 그 집 근처에서 만난 이르카의 아버지는 말벌을 쫓다가 낫으로 머리를 찍어버렸다. 그런데 웃는다. 이르카의 어머니도 별일 아니라 한다. 저 피는 어떻게 하나. 

*다이아몬드눈
떠나려는 객차 앞에서 눈먼 자기 딸을 데리고 프라하 역에서 내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여행객은 순순히 열여섯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의 손을 잡고 객실로 안내를 한다. 객차 안의 사람들은 말도 많다. 소녀가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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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낯설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과는 너무 다른 문체들이다. ‘고독’은 말년 작이고,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젊은 보후밀의 기록들이다. 좀 더 생생한 사건과 인간군상들을 코미디를 통해 구현해 가고 있다. 전쟁, 폭력, 국가기관, 이념 등의 심각함에서 최대한 빠져나와 일상의 땅에 서서, 그것들을 담담하게 때로는 우습게 다룬다. 현실의 암담함은 그런 그의 문장들 사이에서 조금 더 서글퍼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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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을 보니, 보후필은 서양철학자들 말고도 ‘장자’의 영향도 받았다고 한다.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일상, 그것도 시끄럽게 과장하고 유머로 포장하여 최대한 ‘가벼워’ 지려 하는 시도가 호접지몽과 관련이 있을까? 그래도 세상은 돌아간다를 말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굽이 굽이돌고 돌아 ‘도(길)’의 흐름에 삶을 맡기는 태도를 긍정하는 것일까. 

이 짧은 단편집으론 파악이 되진 않는다. 그래도 책 한권으로 한작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 그의 두 번째 책 안에서 그의 ‘수다력’은 확인했다. 시간을 두고 다음 책은 생각해 볼 요량이다. 

✍ 한줄감상 : 블랙유머로 가득한 소동극 모음집

p33 “ 야간 근무 중인 후비치카가 전신 기사인 즈데니치카를 엎어놓고 치마를 걷어 올렸네. 그러고는 우리 역 직인을 그녀 엉덩이에다 찍었어. 하나 찍고 또 찍고, 또 찍고, 연달아 계속해서. “ 

p44 “ 나는 잘생긴 사람들만 보면 두려웠다. 예기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나는 잘생긴 사람을 보면 놀랍고 눈이 부셔 한 번도 잘생긴 얼굴을 제대로 쳐다본 적이 없었다. “ 

p91 “ 아직 나는 여자의 몸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엄마의 자궁 안에 있었을 때를 제외하면 말이다. “ 

p124 “ 나는 의식을 잃어버리기 직전, 그 마지막 순간까지 죽은 병사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듣지도 못하는 그의 귀에 대고, 특급 우편 열차장이 드레스덴에서 싣고 왔던 비참한 독일인들에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집구석에 궁둥이 붙이고 얌전히 앉아 있었어야지! ‘ 

p136 “ 낫은 마치 모자에 달린 깃처럼 두개골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 

p156 “ 사람은 숫자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가져야 해. 그 숫자들과 운명적으로 친구가 되고, 거의 사랑스러운 관계를 맺어야 하는 거야. “ 

p203 “ 그곳에 몰래 들어가 ‘공장 생활의 촉감적 경험’이라는 주제의 내 작품들을 패널에다 그냥 붙여 버렸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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