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할매 #황석영 #창비
존경하는 황석영선생님이 새 책을 내셨다. #철도원삼대 이후 5년 만이다. 1943년생, 1970년에 문단에 데뷔하셨으니 만 55년을 작가로 활동하셨다. 그는 7~80년대 현실의 독재에 펜으로 싸움을 하셨던 전사였다. #무기의그늘 로 베트남에서 죽어간 동포 청년들의 삶을 그려냈었고 #장길산 이라는 대하소설에서 우리 조선 민초의 삶을 돼 살려오기도 했다. 80년대는 광주와 통일운동, 90년대부터 지금까지도 현실에 대한 낮은 시선으로 약하고 없는 자들을 위한 작품활동을 계속해오시고 있다. 존경과 경의를 바치고 싶은 마음이다.
신작 ‘ 할매 ‘는 사람이 아니다. 600년을 살아낸 바닷가 팽나무, 이 오래된 할매가 주인공이다. 소설의 시작은 당황스러웠다.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팽나무를 오고 가는 새들의 이야기가 동화처럼 펼쳐진다. 옆에 작은 팽나무도 자라나고, 운석이 떨어지기도 한다. 책의 1/4 정도가 지날 때 첫 번째 인간 생물이 나온다. 전란에 굶어 죽을 뻔한 자식, 기꺼이 받아주신 스님, 아이의 이름은 ‘몽각’이었고 사랑을 하였고, 스님처럼, 사람처럼 살다 죽는다. 백 년이 지나고 또 백 년이 지난다. 할매 근처 바닷가는 염전이 생겼다가 무당집이 들어서기도 한다. 무당 당골네의 핏줄들이 쉬이 끊어지지 않은 생명의 연줄을 이어, 자식이 자식을 낳아 사람들 사이에 섞인다.
만인은 하느님 아래 평등하다는 천주교를 믿다가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목이 잘렸고, 사람마음에 하느님이 있으니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 말하던 동학도는 오십만 명이 죽었다. 할매 밑에서 건강하게 자라던 청년들이 그 안에 있었다. 세월은 계속 흘러, 할매 옆엔 일본비행장이 생기고, 더 시간이 지나면 새만금개척 사업이 벌어진다. 할매는 묵묵히 그 모든 사연들을 지켜보고 서 있다.
책 후반, 선생이 표현하는 우금치전투를 다시 읽으며 가슴이 아팠다. 100여 개의 기관총 앞으로 낫과 창을 들고 돌진하는 동학도들 반나절도 안되어 언덕 앞엔 7천여구의 시체가 쌓였고, 그걸 보던 남은 동학도들은 그들의 죽음 헛되이 하고 싶지 않다며 다시 맨몸으로 총구 앞에 달려든다. 누구 하나 그만두자는 사람이 없었다는 현장. 단지 500명만 살아남아 시체의 산을 이룬 장면. 어른거린다. 그 참혹을 목도한 것 같은 감정의 출렁 인다.
외세를 이용해 백성들을 도살하게 한 당시 기득권 세력의 이기심과 그것이 빌미가 되어 나라까지 빼앗기게 되는 무지몽매함이 새삼 안타까웠다. 친일의 배에 올라단 그들이 후예들이 아직까지 이 땅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비극적이기도 하다.
200페이지 정도 분량의 이 짧은 장편에 4년이 걸렸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사건들이 사실에 기반한다고도 한다. 선생은 이 땅의 사람을 위하다, 이 땅의 생명들까지 위하기로 하셨나 보다. 방조제에 막힌 갯벌 구멍구멍 숨넘어가는 게, 조개, 망둥이의 비명까지 담고 싶으셨다.
‘ 한 시대의 수많은 사람은 일하고 밥 먹고 애 낳아 기르며 무심하게 살아 p206 ‘ 간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일들을, 할매 근처에서 벌어졌던 큰 비극과 작은 희망의 엇갈림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놓고 싶으셨던 것 같다. ‘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p220’라고 스스로 말씀하셨다. 세월이 더 가는 것이 아쉽다. 선생의 글을 계속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 한줄감상 :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독특한 서사 안에 힘들었던 우리 조상들의 삶을 잘 녹여낸 멋진 소설.👍
덧, 하나
꽃샘추위가 겨울이 꽃이 피는 것에 대한 샘으로 심통을 부린다는 걸 처음 알았다.(헛 똑똑이 기시. 😭) 겨울이 샘쟁인걸 이제 알았다. 그리고 하루살이가 입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암컷이 하루이틀 더 사는 건 처음 알았다. 알을 낳고 죽는단다.
덧, 둘
석가모니는 윤회를 거론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응? 😳 불교쪽 공부를 더 해봐야겠다.
p19 “ 개똥지빠귀들은 하루에 천리를 날아갔다. “
p45 “ 팽나무는 시원한 가을바람에 몸을 흔들며 저 아래 피어난 꽃을 내려다보았다. 안녕, 거기에 누가 있는지 몰랐구나. 나는 지난해 저 건너편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왔어. 응, 여기서 오래 함께 살자. “
p46 “ 팽나무의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겹겹의 층이었다. 그 매번의 겨울 층마다 개똥지빠귀의 기억이 들어 있었다. “
p83 “ 나보다 먼저 있고 나중에 없어질 할매여, 이제 내가 먼저 없어지네….. 몽각은 그의 이름처럼 꿈애서 깨어나서 꿈으로 다시 돌아갔다. “
p121 “ 뱃사공은 신량천역이라 하여 양민에 속하지만, 하는 일이 천하다는 뜻으로 백성들 사이에 차별받았다. “
p127 “ (조선말) 백성들에게는 저항이든 종교든 자기를 치유하고 위무해 줄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
p179 “ 여름에 동수가 외할머니 집에 가서 좋았던 것은, 할머니가 마주 앉아서 찬물에 찰보리 섞은 밥 말아서 한 숟가락 뜨면 얹어주던 굴비와 열무김치였다. “
p193 “ 농촌 사제였던 방지거 신부는 농민들이 생산물의 정당한 대가를 받으려는 운동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독재자의 종신 집권.. 선언… 이를 계기로 젊은 신부들은 정의평화사제회의를 만들어 이에 대응했다. “.
p195 “ (새만금 개발사업) 금강 만경강 동진강의 하구를 막아 갯벌을 매립해서 농지를 얻겠다는 서해안 간척사업은 집권에 급급한 정치인과 탐욕스러운 건설업자와 시기을 위하여 거들었던 언론이 어우러져 저지른 토목 범죄였다.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기시리뷰 #할매_기시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