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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신사 #에이모토울스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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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잘못했다. 다 오바마 때문이다. 2017년 오바마가 선정한 그 해의 최고소설이라 해서 홀라당 넘어갔다. 그의 지적 수준을 믿었고, 시놉을 보니 1920년데 모스크바 호텔에 연금된 귀족을 소재로 한다길래 격변의 시기, 사상적, 역사적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소설인 줄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빠진 대중소설이었다. 물론 재미는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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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는 노동을 하지 않는다. 주인공 로스토프 백작은 평소 식사와 토론, 독서와 사색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다. 1905년 볼셰비키 집권 전에 민중의 입장에서 쓴 ‘시’가 히트를 치는 바람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또 그 시 덕분에 1922년 러시아로 귀국했을 때도 사형을 면하고 그저(?) 평생을 고급호텔 메트로폴에 연금당한 채 살아야 하는 입장이 될 수 있었다.
정통 신사의 아비투스로 무장된 로스토프는 큰 키에 호감가는 행동, 진솔함, 모두의 장점만을 찾아내는 품성 등의 매력을 뽐내며 주변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사람으로 생활한다. 여섯 살 꼬마 숙녀와도 친구가 되고, 주방장이며, 손님, 심지어 당 고위 간부에서 ‘신사’의 예절을 가르치기도 하며, 미국인 친구까지 만들며 살아간다. 그 안에서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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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당대 러시아 문화에 대한 깊은 공부와 세밀한 소설적 배치가 인상적이었다. 이 정도의 디테일을 그 시대, 그곳을 경험하지 않은 인물이 구현해 냈다는 점은 인정해주고 싶다.
사실 갇힌 공간인 호텔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으랴 읽기 전엔 우려했다. 성실한 작가는 그 안에 꼼꼼하게 많은 사건들을 만들어 집어넣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볼륨이 지루하지 않았다. 심지어 여배우와의 썸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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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아한 소설’이라는 평들이 눈에 걸린다. 교양의 힘이 주제라 할 만한데, 그 교양에 대한 애정이 복고에 대한 향수로 읽힌다. 삶의 불정형성을 인정한다면, 우연의 연속 앞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하함’일까? 일리는 있다. 하지만 뭔가가 빠진 것 같다.
19세기 초 러시아에서 소련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얼마나 만은 비극들이 존재했었나. 주인공인 백작도 제정 시대엔 농노를 부렸을 것이고(물론 우아하게 나쁜 지주처럼 약탈은 안 했겠지만), 볼셰비키가 가진 장단점으로 만들어진 민중들의 삶의 개선과 막대한 피해가 이렇게 낭만적인 모험극의 옅은 배경으로 쓰인다는 점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환경에 지배당하지 말고, 환경을 지배하라’는 책 속에서 반복되는 문장은, 일부 비범한 사람들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닐까? 대부분의 민초들은 그렇게 살 수 있게 노력할 뿐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한다. 이 책의 보수성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 한줄감상 : 본문에서 한 쓴소리를 감안하고서라도 이 소설은 재미있는 사건이 가득한 판타지 모험소설이다. 재미있는 책을 찾은 분들에겐 추천할만한다.
덧,
시계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에 등장하는 ‘브레게’ 시계는 눈길을 끌었다. 백작의 부친에게 물려받은, 하루에 2번만 울리는 시계. 실물이 궁금해 웹을 뒤졌다. 1775년에 처음으로 시계를 만든 브랜드라고 한다. 참. 얼마 전에 읽은 #고리오영감 에도 이 브레게 시계가 등장한다. 고리오영감의 딸네미가 애인에게 선물하는 고급시계로….😊
p84 “ 원칙적로 말해서 새 세대는 이전 세대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어느 정도 고마움의 빚을 지고 있단다….. 설령 그 노력이 변변찮다 할지라도, 그분들은 마땅히 우리의 감사와 존경을 받아야 하는 거란다. “
p101 “ 모든 인류에겐 적당한 정도의 슬픔이 있단다. ‘
p151 “ 지평을 넓힌다는 것은…. 교육이 세계적인 감각, 세계에 대한 경이감, 그리고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감각을 너에게 제공할 거라는 뜻이야. “
p107 “ 한 발 뒤처지는 것이 한 발 앞서는 것보다 더 편안하면서 더 자극적이기까지 했다. “
p300 “ 혼자서 광장을 가로질러 역사적 필연성의 보편적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
p357 “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 시작된 이래로 죽음은 늘 부지불식간에 찾아왔지. “
p468 “ (당간부) 미국식 속도와 소비에트식 목표를 결합함으로써 우리는 보편적 문해력을 지니기 직전의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오랫동안고통받아온러시아 여성들, 즉 우리 제2 농노들의 지위는 남성들과 동등한 정도로 격상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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