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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것은돌아오지않는다 #줄이언반스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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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삶과 죽음을 더듬으며 반스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다. 책 핑계로 프루스터적으로 상상을 해본다. 라임꽃차에 담긴 마들렌을 입에 물고, 음… 근처에 마들렌이 없으니 어디서 초코파이라도 하나 물고 생각해 보자. 반스 어르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의 기억은 나의 정체성이다. 다 어디가 가져다 버려놓고 몇 개 안 남은 기억만을 붙들고 이게 나라고 버티는 내가 보인다. 무엇이든 마들렌 대신 과거의 나를 찾아낼 '무엇들'을 입안에 욱여넣어볼까?… 잘 안된다. 🥲 그 사이에 이 책이야기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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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같기도, 소설 같기도, 자서전 같기도 한 이 아리송한 책의 주인공은 '줄리언반스'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당시 나이는 78세, 혈액암을 얻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죽을때까지 그 암을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니 바로 세상을 떠날 상황은 아니다. 반스는 미리 쓴 유작인 이 책을 통해 친구 둘의 우정을 배신하는 행위를 저지른다. 스무 살의 반스, 그를 통해 친구 스티븐과 진은 짧게 사랑을 했고 헤어졌다. 40년이 지난 후 스티븐의 요청으로 다시 중매에서 나선 반스 덕분에 다시 그 둘은 사랑에 빠진다. 당연히도 다시 시작한 사랑도 망가졌다. 둘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설에 쓰지 말아 달라 요청했고 그 요청을 반스는 받아 들었다. 하지막 반스는 약속을 어기고 둘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다행이라면 두 사람모두 벌써 세상을 떴다는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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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줄거리 정리를 하면서도 나의 마들렌은 찾지 못했다. 대신 불현듯 '메로나'를 떠올렸다. 군대시절의 흙과 땀냄새와 사이에서 한입 베어물었을 때의 감각. 천상을 가진 것 은 행복한 냉기가 떠오른다. 메로나의 연두색은 당시 여자친구가 마셨던 멍청한 칵테일 색깔로 이어지고, 그녀와 김치찌개와 소주를 먹고 나서 술기운에 나눴던 키스에서 서로의 찌게향까지 느꼈던 순간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리고... 파편화된 기억의 편린들은 아주 얇은 시냅스의 연결처럼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구나라고 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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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무렵 난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생각보다는 잘 살아남았다. 버려야 했던 양심의 횟수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없진 않았으나 범죄까지 이어지진 않았으니, 몸의 부피야 뻔했지만 마음의 크기는 잘 커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없이 커질 줄 알았던 나라는 존재가 이제는 정체되고, 다시 서서히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런 현상에 대한 적당한 '단어’가 있을까? 반스옹도 찾지 못한 이 ‘단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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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점화자, 반스는 헤어진 연인과 다시 사랑을 시작한 자들을 이렇게 부른다. 그들은 다시 점화되었을 때 뜨겁게 타오른다고 한다. (난 그런 경험이 없어서 상세한 건 모르겠다.😎 ) 다만 행복한 시간은 너무 빨리 소진된다는 말엔 공감이 간다. 짧은 행복, 긴 고통의 삶을 생각하면, 인생은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무게가 실린다. 공정할리 없다. 그저 나에겐 살짝 공정할지도 몰라라고 하는 근거 없는 믿음 때문에 살아가는 것 아닐까? 살아낸다는 것은 '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희극이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비극'이라는 말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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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끝의 시작'을 알리는 책이다. 그의 죽은 전처가 남긴 말처럼, 늙은 건 용납하지만, 늙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건 용납되지 않기에, 더 늙기 전에, 망각이라는 노련한 축복이 다가오기 전에 길고 긴 죽음과 삶에 대한 부고장을 써내려 간 것이다. 많이 좋아한 작가다. 많이 읽었지만 다 읽지 않았음이 다행이다.
✍ 한줄감상 : 늙은 건 용서하지만 늙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반스의 죽은 전처의 말을 기억하자. 그리고 끝은 무조건 온다. 메멘토 모리.
p22 " 우리가 관습적으로 기억이라고 여기는 것은 평생에 걸쳐 자주 또는 가끔 떠오르면서 말로 옮길 때마다 조금씩 변형을 일으켜 마침내 우리가 스스로 진실이라고 믿는 형태로 굳는 것이기 때문이다. "
p36 " 우리가 쥐고 있는 뇌의 비밀보다 뇌가 쥐고 있는 우리의 비밀이 훨씬 많다. 뇌는 우리가 아는 것을 모두 아는 반면 우리는 뇌가 아는 것의 일부만 알기 때문이다. "
p86 " 그는 오랜 기간 암과 싸우며 용감하게 버티다 죽었다는 말은 암이 그와 오랫동안 용감하게 싸운 뒤 그는 죽었다고 읽어야 한다. "
p105 " 나는 죽음이 늘 있는 것, 나의 삶과 나란히 늘어선 길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14 " 가끔 상투적인 표현은 그저 축적된 지혜일 뿐이기도 해. "
p143 " 더 늘어난 세월은 그저 우리를 더 좆같이 망쳐버릴 새로운 근거와 주제만 제공할 뿐일 수도 있는데, 나는 노년의 고요를 믿은 적이 없다. "
p174 " 나는 아무도 내게 한 적이 없는 질문, 그리고 나 자신도 한 적이 없는 질문의 답인 것 같아. "
p206 " 나는 사는 데 관심 있을 분, 그냥 존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
p228 " 인생이 끝날 무렵에는 무엇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가? 당신이 가장 이루고 싶었던 것의 망각, 당신이 의도하고 구축하여 세상에 내놓은 모든 것이 당시의 뇌에서 지워져 버린다. "
p263 " 그럼에도 오랜 세월 당신이 우리의 관계를 기쁘게 여겼기를 바란다. 나는 분명히 그랬다. 당신이 있어서 나는 즐거웠다. 사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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