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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4인칭의 아이들

by 기시군 2026.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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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칭의아이들 #김아나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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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어떻게 고르냐는 질문을 가끔 듣는다. 고르는 방법 중 하나, 내가 믿고 좋아하는 작가의 추천 책을 찾아 읽는다. 이 책을 그렇게 골랐다. 이기호작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제1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 이 책이다. 작가의 평을 조금 옮기자 ‘ 한 편의 고백록이자, 분투 끝에 겨우 살아남은 아이들의 가감 없는 생존기다. 그래서 문장은 울퉁불퉁하고, 내면은 거칠게 날이 서 있으며, 비린내와 시큼한 땀냄새가 작품 전반에 가득하다. ‘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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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구성의 장편 소설이다. 1장은 1인창의 아이들로 시작하며, 2장은 3인칭의 아이들이다. 3장은 3.5인칭(?), 마지막 장은 무려 4인칭의 아이들이다. 😅 인칭에 대한 이야기는 할 생각이 없다. 마케팅 포인트이니 직접 읽어보시고 확인하시길. 

노을보육원 출신의 15세 전후의 소년소녀들은 제프리 양이라는 성공한 사업가의 후원을 받는 것이 꿈이다. 제프리 양은 행아복(행복한 아이들의 복지 재단)을 만들어 특출한 아이들을 선별해 울릉 옆 무인도에 지어진 최신시설의 기숙학원에 무상으로 보내준다. ‘광지’처럼 글을 쓰는 재주가 뛰어난 아이, ‘오로라’처럼 춤을 잘 추는 아이, 그리고 ‘노아’. 이들은 선택되었고 버려졌다. 그리고 기억을 잃었다. 몸과 마음 깊숙이 차고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들은 서로에게 끌려 모이게 되고, 자신들 상처의 근원을 찾는다. 그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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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서두에서 주인공들의 자기소개서를 읽으며 이야기를 참 매끄럽게도 푼다고 생각했다. 현실에 대한 실랄한 풍자를 동반한 리얼리즘 소설인가 했다. 책장을 넘기며 이야기는 예측 불허의 단계로 넘어간다. 주제는 명확하다. 아이들이 당하는 ‘폭력에 대한 고발’. 하지만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들’은 낯설고 예상하기 힘들다. 이 시대의 청소년들의 대사과 날 선 작가의 위악이 맞물리며 색다른 느낌의 소설적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여자들이 동시에 방귀를 뀌는 장면의 스펙타클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소설 속 아이들의 비극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다행히 우리의 주인공들은 복수를 준비한다. 응원하며 안타까워하며 그들 뒤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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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웰메이드 소설은 아니다. 이기호 작가가 평한 것처럼 서걱서걱한 구석도, 과잉이다 싶은 설정도 존재한다. 하지만 ‘좋은’ 소설임엔 틀림없다. 재미있게 매끄럽고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소설이 높은 평가를 받는 만큼, 바닥을 긁는 칠판에 손톱으로 긁어내는 소음까지 소설 안에 담고 싶었던 작가의 진심이 느껴지는 소설 역시 좋은 소설이다.

✍ 한줄감상 : ‘ 쓸 수박에 없는 이야기를 쓰는 절박함. 이러한 순도 높은 절박과 진실 앞에서는 미숙도 과잉도 미학이 된다. (수상 총평 중에서) ‘

p20 “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는 단연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였습니다. 그 소설가의 문체에는 참 이상한 게 있었어요. 문체에서 모든 걸 그리워하고 있었어요. “ 

p50 “ 나는 웅성거림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 

p105 “ 두 아이가 붕, 하고 절규했다. 그러자 신당 안의 네 여자가 동시에 어마어마한 소리와 질감의 방귀를 뀌었다. “

p125 “ 내 밑이 쓰라렸다. 하체의 어느 한 곳에서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 “ 

p179 “ 노아와 광지의 몸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자연발화했다. “

p198 “ 그냥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어차피 너네 다 크면 할 거였잖아. 내가 미리 예시를 보여준 거지. “ 

p235 “ 4인칭인 ‘우리들’이, 아직 1인칭에 머무르고 있는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았으면 하고 소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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