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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물리학 #게오르기고스포디노프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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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당했고, 객관성을 내려두고 슬픔의 추락과정을 기꺼이 즐겼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햇살이 교실 안으로 들이쳤다. 학생들로 드글대는 교실 속에서 나는 먼지 입자들을 발견했다. 저것들이 평생 내 숨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 순간 처음 공포로 왔다. 삶의 끔찍함을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작가도 먼지를 말한다. 방 안 창틀 사이로 들이치는 햇살 속의 불규칙한 먼지 입자. 그는 거기서 "우리는 결국 그런 먼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깨닫는다. 나는 같은 먼지에서 공포를 보았고, 그는 같은 먼지에서 존재의 물리학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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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이 소설이 된다. 목록의 대상은 자신만이 아니다. 현재의 자신에서 과거로, 부친으로, 할아버지로 거슬러 올라가며, 주변 인물들의 '기억의 통로' 안으로 들어간다. 일인칭이 삼인칭으로 물러났다가 다시 다른 일인칭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그들의 죽음이 나의 죽음의 일부가 된다는 논리는 그래서 타당하다. 나는 그들을 산다(go on living). 나는 그들이다.
440페이지가 페이지 수보다 무겁다. 파편적 서술이 처음의 진입을 거칠게 만든다. 그러나 그 거칠음은 의도다. 기억이란 원래 그런 방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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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불가리아. 그곳엔 우리나라처럼 반지하방이 있었다. 소설 속에서 간혹 들리는 작가의 청소년시절은, 멀리 한국 땅에서 그 시절을 보낸, 또는 전해 들었던 풍경과 왜 이렇게 비슷한지. 회색빛 풍경과 메마른 적막함이 주는 소설의 울림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다.
미궁의 전설에 소의 머리를 한 괴물, 인간과 소의 트기로 태어나 결국 테세우스에게 살해당하는 미노타우로스에 작가는 빙의한다. 피해자로서의 미노타우로스. 그저 얼굴만 소의 형상인 작은 소년. 피해자인 미노타우로스. 나와 그는 말한다. 날 낳아달라 말한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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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친구는 작가의 담즙이 정체되어 있어서 슬픔을 보고 멜랑콜리에 젖어있다 말한다. 담낭을 제거한 나는? 😅 작가의 친구는 사이비의사인가. 그건 모르겠지만, 담즙이 정체된 작가가 한 말엔 격하게 공감한다. ‘ 가장 슬픈 곳은 바로 세상이다. p368’.
청년기까지는 동사로 가득하며, 중년의 말은 명사로 바뀌며, 노화는 형용사라 한다. ‘느린, 한없는, 흐릿한, 차가운, 혹은 유리처럼 투명한. p393 ‘ 형용사. 형용사화되어 가는 우리의 삶. 우리의 텔로미어는 계속 짧아지며 뇌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 끝 간 데 없이 슬퍼야 할 이유만이 가득한데도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아니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생각하게 만든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이라 말하지만, 그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견디고 있다는 뜻이다. 이 모순을 작가는 해소하려 하지 않는다. 모순을 모순인 채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이 말하는 삶의 물리학이다.
✍ 한줄감상 : 사는 것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의 결과물. ‘ 살아있는 존재로서 다른 살아 있는 존재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 덧없는 존재로서 역시 덧없는 존재인 타인을 귀하게 여기는 것. p269 ‘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게오르기의 또 다른 작품 #타임셸터 , 다시 읽는다면 또 다른 느낌으로 올 것 같다.
덧,
이 책은 문학동네 담당자님(@mile_buu)제안으로 읽게 되었다. 좋은책을 지원해 주신 점, 감사드린다.
p21 “ 할아버지 기억의 실은 얇게 늘어나지만 끊어지지는 않는다. “
p51 “ 그녀의 기억은 서랍장이다. “
p67 “ 여기 있는 독자들 가운데, 단 한 번도 버려졌다고 느낀 적 없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
p83 “ 나는 다섯 살에 읽는 법을 배웠고, 여섯 살 무렵에 그것은 이미 질병이었다. 책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는 것. 일종의 문자 폭식증. “
p124 “ 나는 나 자신이다. 그 쭈글쭈글하고 축축하고 푸르스럼한 고깃덩어리. 밖으로 내던져져 숨을 컥컥거리며 온몸을 떨고 있는. “
p140 “ 기차에서 엿들은 말. ‘ 사회죽의 시기엔 연애를 참 많이도 했어. 달리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
p243 “ 테세우스는 투우사였다. ‘투우사 matador’는 살해자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온 말이다. 도살장의 모든 정육업자는 테세우스의 죄를 함께 짊어진다. “
p254 “ 아버지는 채식주의자다. 그리고 수의사다. 아버지는 그저 자기 환자들을 먹지 않을 뿐이다. “
p277 “ 신은 갓난아이에게 곧바로 언어를 주지 않는다. 그건 우연이 아니다. 갓난아이들은 아직 천국의 비밀을 알지만 그것을 표한할 말을 모른다. 언어가 주어질 때는 그 비밀이 이미 잊힌 뒤다. “
p313 “ 낮은 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다. 그 두 세계가 섞여선 안 된다. “
p353 “ 끊임없이 목록을 만들고, 목록으로 사고하고, 목록으로 이야기하는 강박을 뭐라고 부를까? “
p354 “ 미궁은 누군가의 화석화된 망설임이다. “
p375 “ 신은 광자일 가능성이 높다. “.
p386 “ 이제 나는 안다. 내 삶에서 일어난 이른바 사건들 중 어느 것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여자애와 처음으로 서툰 섹스를 한 날도, 군에 입대한 날도, 처음 출근한 날도, 그 과시적인 결혼식 피로연도, 아무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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