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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by 기시군 2026.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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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있으니살아집디다 #유시민 #김세라 #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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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남편을 살해했다. 그래도 그녀는 살았다. 어떤 힘이 그녀를 살게 만들었을까.

부끄럽지만 49평화재단의 존재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2007년 인혁당 재심 무죄 판결 이후, 국가 보상금 일부를 출연해 만든 재단이다. 4월 9일은 인혁당 피해자 8명의 사형 집행일이다.

이 책의 주인공 강순희 할머니는 그 여덟 명 중 한 분의 아내였다. 흙으로 돌아가기 전, 자신의 이야기를, 아니 대한민국을 살아낸 75년간의 작은 역사로 남기고 싶으셨다. 안면도 없는 유시민 작가에게 부탁을 드렸고, 유 작가는 그 부름에 응했다. 이 책이 태어난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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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강 할머니는 똑똑하고 당찬 사람이었던 것 같다. 좋은 부모님 아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부당한 차별에는 떳떳이 항의할 줄 알았다. 힘든 피난길과 부산 정착 생활을 거쳐, 한국은행에 입사해 가족을 건사하던 중 청년 우종선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여기까지는 어찌 보면, 우리 부모 세대의 평범한 삶이다.

사건은 1961년 봄에 시작된다. 중앙정보부의 공작으로 통일운동을 하던 평범한 이들이 '인혁당' 사건에 엮였고, 우종선은 징역 1년을 살고 나온다. 그리고 10년이 더 지난 1974년, 박정희 정권은 2차 인혁당 사건을 조작한다. 고문으로 받아낸 자백, 조작된 진술서, 유일한 물증은 북한 지령 수신용으로 사용했다는 FM 라디오 1대였다. 남편을 포함한 8명이 대법원 판결 다음날 새벽 사형대에 올랐다. 30분마다 한 명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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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들을 빨갱이로 몰았고, 친척들마저 외면했다. 할머니는 그런 세상 앞에 꺾이지 않았다. 중앙정보부 취조실에서도 사건 조작을 항의했고, 같은 처지의 부인들을 모아 무죄를 호소하며 종교계와 정치계를 필사적으로 돌았다. 부인들의 큰언니였고, 기둥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영장도 없이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소리 지르며 버티는 할머니, 몸을 붙들고 매달리는 네 아이들. "아빠도 잡아가더니 엄마까지 잡아가면 우리는 어떻게 사느냐." 울부짖는 아이들. 할머니는 그 모든 것을 견디며 혼자 네 아이를 키워냈다.

대담 중 유 작가가 묻는다. 그 무섭던 시절을 어떻게 싸우고 버텼냐고. 할머니의 대답은 단 한 문장이었다. ‘남편을 사랑했으니까… 내 숨이 끊어질 것 같았어요.’ 그리고 대담 후반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더한다. ‘나 진짜 부모님 사랑 많이 받았어요.’… 2개의 사랑이 할머니를 살 수 있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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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구술 자서전이지만, 한국 현대사 책으로 읽어도 충분하다. 유 작가는 대담 사이사이에 관련 사건과 인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흘려보냈던 현대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다시 짚어보게 한다.

그리고 할머니의 이 말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자기한테 주어진, 자기 앞에 펼쳐진 운명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 최선을 다해서 극복하며 사는 거, 그게 인생이다.’

✍ 한줄감상 : 이 땅을 힘들게 살아낸 한 여자의 삶과 말을 지켜보았다. 유작가의 말처럼 ‘ 각자 저마다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데 참고가 될’ 기록으로 기억하게 될 듯하다.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유시민작가는 이 자서전 대필 말고 한 권의 자서전을 먼저 대필했다. #운명이다 라는 제목의 노무현대통령 자서전이다. 

덧,
당시 판결을 내렸던 대법원의 구성원들. 대법관 민복기는 이완용의 사돈이자 자신도 일본 작위를 받았던 자로 퇴임 시 ‘ 내 재임 시의 공과는 후세의 역사가 심한할 것’이라고 했단다. 13명의 대법관 중 1명을 제외한 12명이 8명의 살인에 동의했다. 2025년을 지나는 지금, 우리의 대법원의 풍경을 다시 떠올린다. 

p13 “ 박정희는 대법원 확정판결 바로 다음날 새벽, 사형선고를 받은 (인혁당 사건의 조작 피해자) 여덟 명을 삼십 분마다 하나씩 사형대에 세웠다. “

p16 “ 내가 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 역사가 이렇게 흘러 왔다는 걸, 국민들이 이렇게 고생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예요. “ 

p59 “ (미국전투기) 그놈들은 피난 오는 사람들을 오며 가며 쏘고, 앞에서 쏘고 위에서 쏘고, 애들 업고 보따리 이고 했으니 피난민인 거 뻔히 알 텐데도 거기다 드르륵드르륵, 그놈들 정말… “ 

p65 “ 북한은 빨갱이가 아니라 그냥 왕조예요! …. 빨갱이가 그런 게 아니라니!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그런 게 아니에요. 나도 책 읽었어요. 돈 많은 사람하고 돈 없는 사람이 세금을 똑같이 내면 안 된다는, 그런 섬세한 거잖아요. “ 

p112 “ 교도소 가서 남편 보면 오히려 힘이 났어요. 직장 다니고 곗돈 붓고 애들 키우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은 거예요. “ 

p119 “ 옥살이나 좀 하고 나올 줄 알았어요. 죽일 줄은 몰랐어. 정말, 죽이기까지 할 줄은 몰랐어. “. 

p134 “ (명동성당에서 발표한 호소문 일부) 우리들은 살고 싶습니다. 평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10년 전에도 없었고 현재도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조작된 인혁당에 묶여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들의 아내입니다. 존재하지 않은 인혁당을 조작하여 북괴에 이롭게 하는 것은 ‘무슨 법, 무슨 조’에 해당하는지 만천하에 묻고 싶습니다… “ 

p188 “ 민청학년 학생들은 겁만 줘서 내보내고 인혁당은 본보기로 죽인다는 얘기가 있었나 봐. “ 

p223 “ 밤에 술 한 잔 먹고 경찰서에 전화한 적도 있어요. 숙직 형사가 받으면 네놈들이 사람을 죽였다고 욕을 하고 노래를 막 불렀어. “ 

p253 “ 나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한테 시시비비를 딱딱 따졌어요. 누가 남한테 피해 주는 것를 그냥 볼 수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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