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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12

기린이 아닌 모든것 ✔️ 🦒 이장욱작가의 글에 기대어 있으면 편안하다. 결코 말랑말랑한 문장들이 아닌데도 마음 한쪽이 빨려들어가는 것 같다. 시처럼 즐기는 소설. 이장욱작가의 소설이다. 요즘 신간이 없어 아쉬운 마음에 예전 단편집을 뒤졌다. 이책은 8편이 담긴 2015년 출간된 단편집이다. 제목의 기린은 동물원의 기린이 아니라 고대에서 전해오는 상상의 동물이다. 용의 머리에 사슴의 몸, 소의 꼬리에 말발굽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기린이 아닌 모든것이라니. 그건 뭘까 ? 🦒 인상깊은 몇 작품의 서두만 보자. 스포는 피해야 하기에 재미있어지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만 살짝 본다. ☺️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그것은 편한 일자리였다. 일주일에 삼일. 주인없는 빈집에 들어가 4시간의 청소와 식사준비로 꽤 두둑한 보수를 받을 수 .. 2022. 11. 29.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 📕 소설가 이장욱을 좋아한다. 그의 시가 궁금했다. 약올리는 듯 한 제목에 끌렸다. 격정과 기복의 마음을 담은 시인의 시도 많다. 상대적으로 이장욱의 시는 바닥까지 내려앉아 뼛속까지 차가워진 마음이 담긴다. 바지에 손을 집어넣고 약간은 느슨한 걸음으로 사방을 둘러보다 자신에게 와 닿는 '그것'들을 보고 발설한다. 나즈막한 목소리의 건조한 지적질이 아프다. 아래 문장으로 이 한권의 시집을 갈음할 수 있다. " 식물성의 사유가 대체로 나와 너 사이의 거리와 경계를 무화시키고 인간의 비극과 고통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동물성의 사유는 화해와 공감을 말할 때조차 나와 너, 나와 세계 사이의 거리감을 전제한다.(p97)" 이 책은 사유의 절반, 동물성 사유의 세계를 그린다. 그의 소설 독자라면 익숙.. 2022. 9. 13.
트로츠키와 야생란 ✔️ 📕 작가의 말에 담긴, 쿤데라의 '소설'에 대한 정의인 ' 아무도 진실을 소유하지 않지만 모두가 이해받을 권리가 있는, 매혹적인 상상력의 영토'가 소설의 영역이라면 작가 이장욱은 현시점 가장 매혹적인 상상력의 소유자가 아닐까 한다. 2022년 5월, 작가는 네번째 소설집을 묶어내었다.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세밀한 서사는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을까. 그가 찾고 있는 '근원'에 대해여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궁금했다. 📗 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언제나 처럼 다 좋다. 피드 분량 상 몇편의 개요만 본다. * 잠수종과 독 외과전문의 '공'은 사진작가인 그녀의 연인인 '현우'와 함께 산다. 어느날 방화의 현장을 사진에 담으려다 '현우'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지금 '공'앞에 '현우'.. 2022. 5. 31.
천국보다 낯선 ✔️ 📕 민음사의 '오늘의젊은작가' 시리즈에 포함된 작품이라 젊은 소설가일꺼라 생각했다. 받아본 책 앞에 명기된 작가의 약력은 그렇지 않았다. 몇장 읽지 않았는데 포스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너무 늦게 장인을 발견했다. 📗 시작은 차안이다. 3명의 인물이 타고 있다. 이들은 대학때 영화동아리를 같이 하던 한 친구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방으로 문상을 떠나는 길이다. 영화제목들(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무방비 도시/시계태엽 오렌지/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등)로 만들어진 소단락에서 이 3명은 교체되며 화자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이 과정에서 같은 사건을 다르게 기억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기도 한다. 심지어 끔직한 사고도 일어나 이들의 여행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들이 목적지에.. 2022. 5. 25.
캐럴 ✔️ 📕 작가의 #천국보다낯선 을 인상적으로 읽고 바로 신작 장편이라는 이 책을 구매했다. 이장욱작가는 매끈한 문장력, 능숙한 캐릭터 축조 능력 등 기본기는 이미 장인의 경지에 이른 작가라 생각한다. 거기에 독특한 플롯구성을 통해 일반적인 '소설형식'을 뒤틀어 내보이는 매력이 일품이다. 읽어보니 이 책 '캐럴'도 그 뒤틀림이 만만치 않다. 쉽지 않은 소설이다. 📗 내용을 보자. 제목 '캐럴'은 크리스마스 캐럴의 그 캐럴이다. 2019년 이브날 저녁 늦은 퇴근을 하는 잘나가는 컨설팅회사 젊은 사장 '윤호연'에서 낯선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은 아내의 전 남자친구이며 오늘 자살을 할것인데 그전에 자신을 만나달라는 것이다. 무시할까 하다가 이상한 호기심에 남자가 알려준 술집으로 발길을 향하게 된다. 술.. 2022. 5. 7.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 📕 2005년 이장욱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데뷰작이다. 2021년 개정판을 내서 새책으로 읽었다. #천국보다낯선 에서 처음 만났고 #캐럴 로 다시 만났다. 처음부터 그는 장인이였고 난 그의 초기작이 궁금했다. 궁금할 땐 찾아가서 읽으면 된다. 첫 소설은엔 조금 더 젊고 날선 이장욱이 있었다. 📗 역시나 영화적이다. 15개 **씬**(scene)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씬에서 당황하지 말자. 사고가 일어난 직후의 풍경이다. 누가 누구인지 왜 이러는지 알수 었다. 13개의 씬이 지나간 후 마지막 씬에서 첫번재 씬이 발생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모든 일은 한 여자의 두통에서 시작한다. 이 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상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서로를 바라보다 지하철이라는 쇳덩이에 뭉개져 죽어나간.. 2022.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