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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사건

by 기시군 2026.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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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아니에르노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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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참 아니 에르노 붐이 일 때도 피했던 작품이다. 남성에게 ‘낙태’라는 주제는 편하지 않은 주제다. 다른 읽어야 책들이 많았다. 

세월이 흘렀고, 올해 이 책이 민음사 세문전 시리즈로 발간되었다. 담담히 책을 읽었고, 예상보다 낙태가 불법인 시대, 낙태를 시도하는 23세의 젊은 여성의 고통이 너무 강하게 다가왔다. 불편하고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의 의도를 알기에 곱씹듯이 읽어 내려갔다.

‘ 나의 육체와 감각 그리고 사고가 글쓰기가 되는 것, 말하자면 내 존재가 타인의 생각과 삶 속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무엇인가가 되는 것 말이다. p89 ‘ 

읽었던 그녀의 책 중, 추천할 책이 한 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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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건에 대해 생각했다. 아직 다행히도 범죄를 저질러 경찰서나 재판소가 갈 일은 없었고, 한참을 생각해도 글로 쓸만한 사건은 경험하지 못했나 싶었다. 그러다 4~5살 무렵의 ‘사건’이 생각난다. 

끓은 물 큰 양동이가 있었고, 어떤 형이 날 밀었고, 난 그 양동이를 안고 넘어졌다. 끓은 물을 내 몸을 덮쳤고 난 비명을 질렀다. 동네 아줌마가 날 일으켜 세웠고, 엄마가 달려 나왔다. 장면이 바뀌어 난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었고, 옷을 벗기면서 내 피부가 같이 벗겨지는 것을 봤다.(본듯했다. 원래 이런 기억은 가공되기도 한다.) 그때는 나는 비명을 지르지 못했고 엄마의 비명만 가득했던 것 같다. 물인지 식염수인지를 내 몸에 쏟아부었다. 시원하다고 느끼며 잠든 것으로 기억한다.(의식을 잃었겠지.) 

생명 위독선은 50%에 근접한 피부가 화상에 입었다. 오래 병원에 입원했다. 잠든 나를 두고 의사는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고 엄마는 증언했다. 두꺼운 옷 탓인지 대부분의 화상이 1도였고, 오른쪽 발목 부분만 3도였다. 정신을 차린 모친이 그나마 ‘X추가 안 데어 다행이다’라는 농을 했다. 세월은 ‘사건’과 상관없이 지나갔고 지금도 내 발목엔 3도 화장의 흔적이 약간 남아있다. 

나 역시, 남들처럼 살면서 즐겁고 괴로운 일들을 같이 겪었다. 좀 많이 힘든 시간엔 흉터를 만지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때 죽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들. 그렇게 응급실 식염수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이 세상을 떠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헛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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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에르노의 글쓰기와 다르게 방금 내가 지껄인 ‘쓰기’는 사적이며 별 의미가 없다. 에르노는 시대가 여성에게 가하는 고통과 억압을 자신의 삶을 통해 세상에 드려냄으로써 쓰기의 가치를 부여했다. 

‘ 무엇이든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절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저급한 진실이란 없다. p42’라고 에르노는 말한다. 별 의미 없지만 난 권리를 행사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피드에 이런 책을 읽은 소감(서평이라 쓰기 부끄럽다)을 쓰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직 답은 모르겠다. 앞으로의 책 읽기와 쓰기는 그 답을 찾는 과정이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만 남는다. 

✍ 한줄감상 : 남자들에겐 멀리 있던 단어, ‘낙태’를 눈앞에 들이대며 바라보게 하는 ‘충격’을, 여성에겐 여성 억압의 역사를 선생(먼저 삶을 산 이)의 경험으로 느끼게 해주는 책.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에르노의 대부분의 작품들, ‘남자의 자리’, ‘단순한 열정’, 등등 뭐든👍

덧,
저자는 중절 이후, 자신의 일을 다시는 성당의 신부에게 고해를 했으며, 그 이후 ‘종교의 시간’의 끝났다고 간단하게 말한다. 고해를 들은 신부님은 에르노에게 뭐라 말을 했을까 궁금하다. 그리고 2026년 이 시점에 그런 고해를 어떤 신부님께 한다면 무슨 소리를 듣게 될까? 

p29 “ 그는 단지 관람석 맨 앞줄에 앉아 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계속 알고 싶은 것뿐이었다. “

p34 “ (낙태)가 의사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감옥에 보내고 영영 의사 면허를 박탈할 수도 있는 법을 상기시켰다. “

p42 “ 무엇이든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절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저급한 진실이란 없다. “

p55 “ 어쩌면 글쓰기가 오르가슴 이후에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리는 성욕의 이미지처럼, 이 이미지들을 녹여 없앨까봐 두렵다. “ 


#bookstagram #bookreview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사건_기시리뷰 #L'événement  #Annie_Erna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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