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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데이비드솔로이 #서해문집 #2025부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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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Flesh . 2025년 부커상 수상작. 피부 아래 붙어있는 근육과 지방, 살, 영혼의 반대 방향에 서 있는 의미로서의 '육체', 살. 감정, 욕망, 몸. 피가 섞인 가족, 혈육으로서의 살.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이렇게 건조하게 야한 소설이 있다니. 이런 책이 부커상 수상작이라고?
책장을 덮을 땐, 조금 슬펐고 우울했다. 책은 피부를 들쳐 안을 바라보게 하지만, 영혼을 말하지 않는다. 살만 보여준다. 살들만 보여준다. 독자들은 알아서 그 안에 스며나오는 뼈와 피의 기운만 느낄 수 있다.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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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반, 헝가리 십대소년 이슈트반은 엄마뻘인 동네 아주머니와 관계를 맺는다. 의도한 것은 없다. 사건은 사건으로 이어진다. 시간이 지난다. 군대를 제대한 이슈트반은 영국에서 술집 문지기를 하고 있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해준 대가로 부잣집 수행원으로 취직한다. 역시 계획도 의도도 없는 일들이 흘러간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편과 살고 있는 그 집 부인의 눈에 든 것 역시 이슈트반의 노력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어, 이어, 사건은 크고 작게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이슈트반에게 중요한 것이 세상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독자인 내게 중요한 것이 이 글을 읽는 인친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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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감에 대한 소설이다. 살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것인데, 이 소설에서 살은 늘 무언가와 어긋나 있다. 자신과 자신이 원하는 것과의 거리감. 현실과 욕망 사이의 간격. 혈육과 가족, 사랑하는 이라는 당사자와의 거리감. 성마르게 지나가는 삶의 뒤뚱거림 안에서 느끼는 '살'들과 그 외의 모든 것 사이의 간격의 길이, 깊이. 그리고 그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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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살아있는 몸으로 세상 속에 존재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삶을 신체적 경험으로 다루고 싶었다"고 한다. 서사적으로 흥미로운 소설이다. 즉 소설적 재미가 가득한 섹스와 사건, 파국 등 다양한 소재를 품고는 가지치기를 다 해버린 나뭇가지 같은 형태의 문장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내게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다른 독자들까지 그럴지는 모르겠다.
✍ 한줄감상 : 통속소설의 소재와 사건들로 펼치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외로움에 대한 소설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2024년 수상작 '궤도'와 비교해서 읽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2023년 수상작 '예언자의 노래'도 나쁘지 않다. 부커상 심사위원들이 어떤 작품에 끌리는지는 조금은 알 듯하다.
p36 “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없는 셈이 된다. “
p93 “ 공간이 사라진 세상의 소리는 추상성을 띤다. “
p161 “ 일주일에 50시간을 일하는데도 월말이 되면 돈 한 푼이 없고 앞으로도 인생이 달라질 가망이 보이지 않을 줄은. “
p209 “ 당신 생각에 중독된 것 같아. “
p248 “ 한사람이랑 오래 살면 / 그래 / 자기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려 / 응 “
p345 “ 당신더러 원시적인 남성성의 전형이래. 내가 그런 모습에 끌렸다는 사실에 놀랐대. “
p433 “ 평범함이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에는 끔찍한 구석이 있다. “
p475 “ 장례식이 다 끝났을 때 그는 벤치에 앉는다. 밤나무의 마른 꽃잎들이 길가로 떨어진다. 바스락거리며 아스팔트 길에서 흐트러지다가 바람이 멎으니 그대로 멈춘다. 그는 잠시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런 뒤 일어나 집으로 돌아간다. 이후로 그는 혼자 살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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