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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우체국

by 기시군 2022.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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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이 맞았다. 내 취향일 것 같았다. 비주류의 백인꼰대 '헨리 치나스키'의 첫 등장 작품이자 부코스키의 첫 데뷰작이기도 하다. 1971년 출간될 당시에도 미국에서도 많은 식자층을 당황시켰다고 한다. 그럴만도 하다. 열심히 개미처럼 일해야할 프롤레타리아가 '노력하지마라(Don't try)'를 선언하다니 이건 체제전복 시도 아닌가? 😁 숱하게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바닥에 깔린 이 배덕한 정서 때문이다.

📗
뭐하나 내세울것 없는 하층민 30대 치나스키는 매일 술, 여자에 쩔어 살아간다. 어쩌다 계약직으로 우체국에 취직한 그는 숙취에 휘청거리면서도 출근은 한다. 별로 열심히 일할 생각도 없고, 상사에게 또박또박 말대꾸하는 성격에 완전히 꼴통으로도 찍혀 매일 가장 힘든코스의 배달만 한다. 다행히 쫓겨나진 않고 3년만에 정규직이 된다. 물론 치나스키는 감격하지도 않은다. 바로 때려치고 자유인으로 돌아간다. 이제 동거하던 여친이 돈을 벌어야 한다. 여친이 출근하면 치나스키는 동네 여자들과 수다도 떨다 경마장에 돈도 벌러간다(?). 너무 만족스러운 생활이다. 다만 이 상황이 여친이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집에서 쫒겨난 치나스키, 먹고살야아하는데 아는데라곤 우체국 밖에 없다. 다시 우체국으로 기어들어간다. 수그리며 사정하는것도 아니다. 우리 뻔뻔한 치나스키는 언제나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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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설이다. 수기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수기가 되면 이 책은 구원받을 수 없다. 호색한에 사회부적응자의 수기. 알콜중독자에 부모의 장례식에도 경마장을 찾는 도박중독자의 일기가 되어 버리는 까닭이다. 자신의 경험 안에 더함과 덜함을 섞어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소설가의 일이다. 더 나쁘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고 (그것이 상업적 목표든 다른 목표든) 미화의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생각한 것은 자신의 '부끄러운'일 까지도 포함하여 사실과 창작의 조합으로 지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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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의 그는 단순반복 노동을 십년을 훨씬 넘겨 견딘다. 신기한것은 그러면서도 그 시스템에 노예가 되지 않았다. 비합리적인 관료주의에 그 긴시간 지치치도 않고 덤벼들고 따진다. 세련되지 못한 저속한 욕과 행동으로 자신을 지배하는 시스템과 사람들에 개긴다. 그러면서도 힘든상황의 동료은 오지랍을 부리며 챙긴다. 여자는 어떤가. 쉽게 만나고 쉽게 자고 쉽게 동거한다. 섹스를 좋아해 성욕배출구로만 보는것 같다가고 일반적인 마초들의 특성은 또 보이질 않은다. 동거중 여자의 싦은점이 보여도 폭력은 물론 잔소리 한번 하지 않는다. 심지어 동거녀가 새로운 남친이 생겨 쫓아내도 원망하지 않고 떠나고, 자식까지 낳은 여자가 말도 없이 딸을 가지고 떠나버려도 절망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자유만큼이나 타자의 자유를 존중했던 것일까? 거기까진 모르겠다. 소설은 쉰살이 된 치나스키가 그 우체국마져 때려치우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는 것으로 끝난다. 궁금하다. 다음엔 이 꼴통아저씨가 어떻게 살아갔을지. ☺️ 다음작품은 #여자들 이라고 한다. 장만해 놨는데 기대된다.

덧,
#짐자무쉬 감독의 #패터슨 이 떠올랐다. 버스 쉬는 시간에 시를 쓰는 ‘애덤드라이버’ 모습이 치나스킹하 오버랩된다. 그도 조용히 어느틈엔가 글을 쓴다. 사람들이 무식해보이는 치나스키의 의외의 글솜씨에 놀란다. 그것 때문에 작가가 되었을까. ☺️ 생각해보면 글이 삶을 구원하진 못해도 가끔은 큰 위로가 된다.

p57" 3년 후, 나는 '정규 집배원'이 되었다. 이 말인즉, 휴일에도 급여를 받을 수있고(보결은 휴일 급여가 없었다), 일주일에 40시간 일하고 이틀 쉴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아주 행복한 건 아니었다. 나는 굳이 고생을 자처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일은 여전히 어려웠지만 어쨌든 옛날 보결 시절의 매혹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에는 어떤 빌어먹을 일이 생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그 긴장감이.”

p109" 모두 작은 똥구멍이 달렸어! 끔찍해! 끔찍하다고! …똥구멍이 뭐가 나쁘냐고! 당신한테도 똥구멍은 있잖아. 나도 똥구멍이 있다고! 가게에 가서 큼지막한 쇠고기 스테이크를 하나 사봐. 거기도 똥구멍은 달렸어! 지구상에는 똥구멍이 널렸단 말이야! 어떤 면에서는 나무들도 똥구멍이 달렸는데 못 찾는 것뿐이야. 나무들도 이파리를 싸잖아. 당신 똥구멍, 내 똥구멍, 세상에는 수십억 개의 똥구멍으로 가득 찼어. 대통령도 똥구멍이 있고, 세차장 직원들도 똥구멍이 있어. 판사들도 살인자들도 똥구멍이 있다고. 심지어 자주색 넥타이핀 남자도 똥구멍이 있어! "

p241" 아침이 되자 아침이었고 여전히 살아 있었다. 아마 소설을 쓸 것 같군, 생각했다. 그래서 소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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