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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피에로들의 집

by 기시군 2022.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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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윤대녕은 내겐 추억으로 남은 작가다. 아주 오래전 쓰여진 #추억의아주먼곳 이라는 소설로 처음만난 그는 꽤 오랜시간 내 취향의 작가였다. 한국 문학계의 주류가 사회에 대한 참여가 강조되던 시절에도 그는 꿋꿋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고독한 개인을 그려내고 있었고, 당시 좋아했던 하루키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리쉬한 문체들도 너무 좋았다. 그러다 세상은 변해갔고 작가는 내게 잊혀졌다. 이 책도 꽤 되었지만, 어느날 서점에서 이 책 ' 피에로들의 집'을 발견하곤 작가는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증이 생겨 책을 사서 집에 돌아온 기억이 있다. 한번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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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모여사는 사람들이 이야기다. 주인공 김명우는 사랑을 잃고 돈도 잃고 명예도 잃어버린 실패한 극작가다. 우연히 극장에서 만난 노인 '마마'의 추천으로 피에로들의 집 '아몬드나무 하우스'에서 살게된다. 집에는 마마의 조카 김현주를 비롯하여 경쟁사회에 지친 사진작가 박윤정,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방황하는 휴학생 윤태와 고등학생 정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김명우는 그들과 대화하고 상황을 나누면서 자신이 또는 그들이 왜 살아가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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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는 정체성을 찾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도시난민들이라 불리우는 개별화된 개인들에게 상실하고 있는 연대 또는 유대에 대한 고민과 모색이 담겨있는 소설이다. 관계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회복 시켜 줄 수 있는 건 '관계' 뿐일 것이다. 우리 본성을 구성하는 '이기심'와 '연대'의 이중적인 개념이 우리를 파괴시키기도 회복시키기도 한다. 책은 개별적인 인물들의 고립과 고립된 개인들이 모여 대화와 관계맺음으로 딱딱하게 덥힌 상처입은 딱지들을 벗어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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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변함없이 꾸준하다. 그가 다루는 개인은 사회라는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관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람들의 내면과 외부와의 관계를 품위있게 그리고 있다. 다만, 파격보다는 안정스러운 작법. 오래전엔 모던하며 젊은 스타일이였는데 어느샌가 그는 주류 순문학(마음에 들지 않은 표현이다)에 어울리는 중견작가가 되어있다. 변화를 바라던 옅은 기대는 사라졌으나 그대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작가에 반가운 마음도 있었다. '이봐, 오늘도 변함없이 마시고 있는 건가? 그래, 술은 낮을 잊게 하고 밤은 과거를 불러오지.' 라는 말을 스타일 구기지 않고 할 수 있는 작가가 우리는 필요하다.

덧,
주인공 명우는 #에드워드호퍼 를 소재로한 연극을 구상하고 있었다. #ChairCar , #주유소 , #밤샘하는사람들 모두 도시에 사는 외로운 인물군상들과 풍경을 그린 그림들이 이 소설의 정조와 무척 어울린다. 호퍼의 그림이 떠오르는 소설이다.

p39" 낸들 알겠냐만, 못난 사람들은 흔히 가까운 약자를 괴롭힘으로써 자신을 두둔하고 눈앞의 현실을 모면하려는 고약한 속성들을 지니고 있지. "

p136" 아무리 선의라 할지라도 상대와의 수평적 합의와 동의 없이 행해지는 일들은 상대를 한갓 객체로 만들어버린다는 사실을 마마는 모르고 있는 듯했다. "

p144" 제가 생각하는 기성세대의 우선 조건은 권위나 능력을 떠나 책임의식의 존재 유무라고 봐요. 그게 참다운 의미의 기득권일 테고요. "

p164" 글쎄, 나는 그녀에게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나는 유대감에 대해 말했다. 상대에 대한 깊은 연민과 이해에서 얻어지는 친밀감을 통해 힘들 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원했던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누구라는 걸 알기 위해서라도 늘 타인의 존재가 필요한 법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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