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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사진의 용도

by 기시군 2022.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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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과 같이 읽은 책이다. 소개가 참 선정적이다. 섹스 남겨진 흔적들에 대한 기록이라니. 막상 다 읽어본 후 소감은 에로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사랑과 사랑 사이에 존재하는 '고통'과 기쁨의 간격을 살펴보는 책이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여자와 남자의 기록. 포맷의 차용이 가능하다면 더 도발적이고 판매에 도움이 될 에세이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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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한장의 사진을 올려놓았다. 아르노가 이 사진에 대해 글을 쓴다. 그녀의 연하의 애인 마크가 같은 사진을 놓고 한번을 글을 쓴다. 이렇게 주고 받는 글들은 책이 나올때까지 서로에게 공유되지 않은다. 글을 쓰는 기간은 그녀가 유방암 치료를 받고 있던 시기다. 사랑하는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시간을 견디며 사진을 남기고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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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모든 사랑은 '욕망과 우연이 낳은, 결국 사라져 버릴' 배열이다. 순간을 담는 한장의 사진을 그 유한함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한 발버둥에 다름아니다. '사진은 대상을 순간에 가두어 버린다'는 것을 작가는 안다. 그 안에 정지해 있는 또는 영원하게 만들고 싶은 '사랑'을 넣고 싶었던 걸까. '사랑은 죽음을 이긴다'는 너무 아름다운 전설을 믿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모든 사진은 형이상학적이다'는 작가의 말은 한계를 가진 자신의 욕망의 무한확대를 의미한다. 그것은 그녀의 글쓰기와 같은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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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타인의 눈에서 '미래의 내 부재'을 읽는다. 지금 날 욕망하게 하는 '사랑'은 울렁이며 근처를 머물다가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예상되는 '사랑의 부재'상태는 지금의 유한하지만 당장의 날 매료시키는 '그/그녀'의 존재의 소중함을 더 각인시킨다. 2월의 어느날 사랑하는 그의 위에 앉아 '탄생'이라는 제목을 떠올린 아르노처럼 우리는 스스로를 매료시킬 '시간'들을 붙잡을 궁리를 계속할 것이다. 이것 역시 사랑을 대하는 우리의 운명이다.

p10 " 우리는 암묵적으로 사진 찍기를 계속했다. 섹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물질적인 표상을 보존해야만 했다. 어떤 것들은 관계 직후에 찍었고, 또 어떤 것들은 다음 날 아침에 찍기도 했다. 그 마지막 순간은 가장 감격스러웠다. 우리의 몸에서 벗겨져 나간 것들은 그들이 쓰러진 장소에서 추락한 자세 그대로 밤을 보냈다."

p49" 글이라는 자신의 공간을 내놓는 일은 자신의 성기를 내놓는 것보다 더 폭력적이다. 그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어떤 무의식적인 전략이 이미 실행되었을까. 단어와 문장을 견고하게, 꿈쩍이지않는 문단을 만드는 것. 어린 시절 가끔 내 몸이 돌이 되었던 것처럼, 그리고 방의 벽들이 끝없이 멀어졌던 것처럼 "

p71" 내가 만났던 모든 남자들은 매번 다른 깨달음을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다. 내가 남자 없이 지내기 힘든 것은 단지 성적인 필요성보다는 지식을 향한 욕망에 있다. 무엇을 알기 위해서인가. 그것은 말할 수 없다. 나는 아직, 어떤 깨달음을 위해 M을 만난 것인지 알지 못한다."

p136" 나는 감정의 언어를 믿으면서 사용할 줄을 모른다. 시도를 해봤지만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아는 것은 사물의 언어, 물질적인 흔적의 언어, 가시적인 언어다...... 내게는 사진을 바라보고 묘사하는 것이 그의사랑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이 아니라, 명백한 것들 앞에서, 사진을 구성하는 물질적인 증거 앞에서, 내가 절대 답을찾을 수 없는 그는 나를 사랑할까?‘라는 질문을 피하는 방법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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