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몇년 전 구매해 놓고 몇 페이지 읽지 않고 덮어두었던 책이다. 서정적인 묘사가 인상적이긴 하지만 소설적인 재미가 떨어졌다고나 할까 아무튼 읽지 않고 지나가버릴 뻔 한 책이였다. 우연히 #김영하북클럽 에서 이책을 7월에 책으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의외로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책 넘기는 속도가 가속이 붙고 꽤 재미있게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건축에 대한 아주 깊이 있는 지식과 묘사, 별장을 둘러쌓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풍관을 그려내는 방식. 특히나 일본소설 스러운 아주 선 얇은 남녀의 긴장관계 등 한편의 여름특집 단막극을 보는 듯 했다. 냉정하게 평하자면 내러티브는 일본소년만화스럽니다. 남자독자들의 환타지가 다 들어가 있다. 예술에 소질이 있는 말수적고 말쑥한 남자주인공. 웃음이 이쁜 여자들. 멋진스승에게 신임받으며 내공을 쌓아가기. 좋은 추억. 화려한 여성과의 연애, 밝은 여성과의 결혼. 어찌보면 건축이라는 소재를 빼면 뻔한 스토리텔링일 수 있다. 특히나 80년대 초반 배경 때문일터이지만 남녀관계나 일을 대하는 시각 등은 고루한끼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아주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소설 내의 시간과 공간은 작가의 섬세한 필치에 공명한다. 울려 퍼지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의 작법은 새롭지만 낯설지 않게,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받아들이게 하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김영하작가 가 이책을 선정한 이유를 알듯도 하다. 독자로 하여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한철, 이 짧은 시간을 멋지게 소설로 경험하게 하고자함은 아니였을까?
p94 “갓 구운 스콘은 밝고 마른 햇볕 냄새가 났다.”
p180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평소에 속한 사회나 가족과 떨어져서 책의 세계에 들어가지. 그러니까 책을 읽은 것은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은 거야. “
p242 “ …… 화가가 냉철하기 때문으로 화가에게 인간을 선한 것으로 생각하는 환상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이 품고 있는 집념이 형태와 색채를 구비하고 나타나 있다. 그것은 구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이라는 것의 추상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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