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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by 기시군 2022. 6. 11.

얼마전 2권 분권으로 재출간되었지만 그 전에  한권짜리 두꺼운 양장본이 먼저 출시되었었다. 반가운 마음, 깨끗하게 제작된  책으로 30여년만에 다시 이 책을 만났다. 잘 정비된 올드카에 탑승하는 기분이였다.

90년대 이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 떠오른다. 하드보일드와 환타지의 만남. 낯설고 새로웠다. 당시 소설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상실의시대 로 이후 연달아 출간된 하루키의 책들 중에서도 이책이 하루키스타일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내 청춘의 시간에서도 매력적이였고, 노쇠해가는 지금도 그 매력은 여전하다. 세월 때문에 살짝 바랜 색감은 용서해 주자.

의식과 무의식이라 할 수도 있고, 현실과 이상이라고 할 수 도 있다. 두가지 세계는 각자의 사건과 인물들로 바쁘게 전개된다. 처음 읽을 때는 이 두 사건이 어떻게 만날까가 궁금했으나 결국은 책안에서 두 세계가 구/체/적으로 만나지는 않는다. 사실 만남은 큰 의미가 없다. 작가는 결이 다른 두개의 세계를 가진 '나'를 두고 방향만 다른,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발 딪고 있는 삶와 제가 가고자 하는 삶. 그 불협화음 속에서 내가 해야 하는 선택들을 다양한 종류의 상징과 이야기의 뒤틀림으로 비추어내고 있다.

개인과 스토리에 집중해 변주가득한 작품들을 만들어 내지만, 하루키의 장점은 그 복잡함 안에서도 인간 근본에 대한 의식과 사회와의 관계를 끊어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가 일본의 많은 사소설부류와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 하겠다.

p787 "나는 내 멋대로 만들어 낸 사람들과 세계를 그냥 내버려 두가 가 버릴 수는 없어. 미안해. 정말 미안하고, 너와 헤어지는 것도 괴로워. 하지만 나는 내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해. 이곳은 나 자신의 세계야. 벽은 나 자신을 둘러싸는 벽이고, 강은 나 자신 속을 흐르는 강이고, 연기는 나 자신을 태우는 연기야."

덧,

재즈를 좋아하고 모든 여자가 좋아하는 말쑥한 주인공의 모습은 하루키 소설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타 소설에서도 자주 봐와서 조금 지겹긴(?)하지만 첫 출몰 시에는 나름 신선하고 멋져 롤모델로 삼고 싶기도 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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