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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모옌 중단편선

by 기시군 2023.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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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중단편선 #모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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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만에 다시 모옌을 읽었다. 그 때 보지 못한 모습들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 때는 그가 노벨상을 수상한 직후였고 #개구리 라는 장편이였고 이번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모옌중단편선’이다. 11편의 단편과 1편의 중편이 실려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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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었던 5편의 이야기 개요를 보자.

*영아유기 : 제대하는날 길에 버려진 아기를 줍게되 어쩔수 없이 집에 데려온 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죽을까봐 임시로 데려왔더니 마누라는 팔팔 뛰고, 정부기관에선 도와줄 생각을 안한다. 나보고 키우란다. 지금 중국은 한집 한자녀 정책이라 이 아이를 맡아 키우면 벌금까지 내야한다.

*사랑이야기 : 15세 샤오디는 논에 물을 대는 수차 작업을 맏았다. 수로 관리자 이며 여성인 허리핑이라는 25세 여성지도자의 명령이었다. 샤오디는 10살이나 연상이라도 허리핑이 좋다.

*창안대로 위의 나귀 타는 미인 : 퇴근길 지하철을 나와 고물 자전거를 끌고 집에 가려는 허우치는 나귀를 탄 미인이 갑옷을 걸친 남자와 함께 큰 길인 창안대로를 유유히 지나가는 것을 보게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고 허우치는 자기도 모르게  그 행렬에 끼게 된다.

*백구와 그네 : 도시에서 선생님을 하는 나는 십년만에 고향을 방문하는 길이다. 마을입구에서 백구한마리와 힘들게 큰 수수잎덩어리를 매고 힘들게 걷고 있는 여성을 발견한다. 가까이 가 보니 어릴때 썸타던 ‘놘’이다. 나를 알아본 놘이 의외로 쌀쌀 맞게 날 대한다. 난감하다.

*투명한 빨간 무 : 어린 헤이세이는 아버지가 떠난 후 계모에게 모진 구박을 받다가 젊은 석공의 도움으로 홍수 방지 공공 공사에 일꾼으로 일하게 된다. 삐적마르고 말한마디 없는 헤이세이는 일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은다고 여기서도 구박을 받게 된다. 돌깨는 일에 투입된 그에게 같이 일하게된 ‘쥐즈’라는 누나가 연민을 가지고 헤이세이에게 친절을 배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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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사를 어느정도 알고 있다면 책읽는 재미가 더 할 것이다. #대약진운동 #하방운동 #계획생육 등 55년생인 모엔이 겪은 초기 공산주의 중국의 비참한 모습들, 인간을 전체의 부품으로 생각하는 전체주의적인 사회의 모습들이 소설의 주요 배경으로 작품 구석구석 스며있다.

하지만 모옌에게 그것들은 풍경일 뿐이다. 그의 관심은 인간 본성을 향해 있다. ’그릇된 이념과 고집, 하잘것없는 외침과 투쟁, 멈출 수 없는 성욕과 식욕, 이기심과 공명심으로 가득한 잔인성 p356‘ 등 그가 생각하는 이야기는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잘 그려내는 것이다.

덕분에 그는 살아남아 영광을 누렸다. 그의 중국에 대한 비판은 중국공산당의 수용범위 내에서 이루어졌으며, 딱딱하고 뻔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묘사가 아니닌 생활의 언어, 동화같기도 이야기들 때문에 많은 대중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가 목적한 ‘ 삶의 문제’를 중심에 둔 성공한 작가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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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읽었던 모옌은 나에겐 뻔한 작가였다. 역시 뭐든 1권만 읽는건 위험한 일이다. 😏 이 책의 다양한 이야기들안에서 풍성하고 큰 모옌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현실안에서 힘들어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불쑥 끼어드는 이상하게 편안한 환상적인 서사들, 갑자기 뻔뻔스럽게 흘러나오는 더러운, 혹은 잔인한 묘사들은 모옌만의 색깔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할까.

시골 풍경안의 사람들의 땀냄새를 그려내는 힘은 어릴 때 읽었던 #김유정 을 떠올리게 한다. #봄봄 이나 #소낙비 가 떠올랐다. (심지어 그 토속적인 에로틱함까지 유사했다 😁) 한편으로는 흑화되기 전 #이문열 을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방대한 범위을 다루는 이야기꾼, 이야기의 장인으로 모옌을 다시 알게된 독서 기회였다.

p25 영아유기 “ 내가 아니라면 아마 아기는 폭우에 잠겨 죽든지, 아니면 얼어 죽었을 것이다. 아마도 일찌감치 거센 물줄기에 쓸려 계곡으로 떠밀려가는 바람에 굶주린 물고기 떼가아기의 눈알을 삼켜 버렸을지도 모른다. ”

p48 영아유기 ” 나는 내 슬픔을 기탁할 만한, 그래서 내 글을 끝낼 상징을 찾을 수가 없었다. “

p120 메뚜기괴담 “ 메뚜기, 그 더러운 곤충은 늘 부패한 정치와 전란으로 어수선해진 세월과 연결된다. 마치 난세를 상징하는 분명한 부호 같은 것이다. ”

p137 창안대로 위의 나귀 타는 미인 ” 퇴근하고 1리쯤 걸어 지하철역에 도착한 허우치는 마치 쥐새개꺼럼 지하로 파고들었다. 인간이 귀한 것은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허우치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사실 내가 어딜 봐서 쥐새끼보다 낫단 말인가? “

p159 창안대로 위의 나귀 타는 미인 “ 흰말이 꼬리를 들더니 열댓 개의 똥 덩어리가 떨어졌다. 검은 나귀가 꼬를 들더니 열댓 개의 똥 덩어리가 떨어졌다. ”

p183 백구와 그네 “ 나는 여름날 바람도 통하지 않는 수수밭에서 잎을 따는 일이 얼마나 죽을 맛인지 잘 알고 있었다. ”

p216 백구와 그네 ” 네가 내 뜻을 받아 주면 그게 날 살리는 거야. 거부하면 그건 날 죽이는 일이고, 천 가지, 만 가지 핑계가 있다 해도 절대 말하면 안 돼“

p271 투명한 빨간 무 “ 사회주의가 훌륭하다는 것이 뭡니까? 모두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헤이하이 집은 3대째 빈농이에요. 사회주의가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누가 신경을 써 줍니까? … 부 주임님. 계급 의식은 어디다 팔아 먹었습니까? “

p306 투명한 빨간 무 “ 누군가 아이의 얼굴과 손을 쓰다듬었다. 아팠다. 그렇지만 참았다. 두 줄기 묵직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한 방울이 두 입술 사이로 떨어졌다. 한 방울은 코끝으로 떨어졌다. 쓰라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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