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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마음

by 기시군 2024.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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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쓰메소세키 #문학동네 #こころ #Natsume_Sose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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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코코로 라는 일본어 발음이 사실 좀 다정하긴 하다. ☺️ 일본의 국민작가라 불리우는 소세키의 #나는고양이로소이다 를 재미있게 읽은 터라 이 작품 ‘마음’도 기대치가 높았다. 왠지 다정하고 포근할 것 같은 코코로를 만날것 같은 기대. 하지만 소설에서의 ‘마음’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마음보다는 회한(悔恨)이라고나 할까 노작가의 세월 속에 두고온 마음들에 대한 후회의 기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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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로 나뉜 작품이다. 순서대로 보자.

1부 ‘선생님과 나’ 에서는 주인공 대학생인 ‘내’가 우연히 중년의 지식인으로 보이는 ‘선생님’을 만나고 일상에서 조금씩 보여주는 지식인으로서의 고뇌, 혹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에 마음이 끌려 조금씩 마음이 기운다.  동경제대 출신으로 특별한 직업 없이도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사는 경제적 여유를 가진 ‘선생님’에게 ‘나’는 무엇을 배우고 싶은걸까?

2부
난 시골출신이다. 고향의 기대를 안고 동경유학중인 상황인데 아버지의 병환이 나빠진다는 소식을 접한다. 고향으로 내려가서 식구와 친척들 동내사람들과 얽히며 아버지 병구환을 치룬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취직을 빨리 하라는 압박에 뭘하고 싶은지도 아직 알 수 없는 스스로가 너무 괴롭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으로부터 긴 편지를 받게된다.

3부
선생님은 이 편지를 통해 자신의 젊은시절과 지금까지의 삶을 내가 들려준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친척들에게 사기를 당했던 아픈 기억들, 소심한 성격에 외로움을 감추지 못해 아싸로 돌던 시절들. 마침 우연히 찾게된 하숙집에서 만난 주인집 ‘따님’에게 느끼게된 사랑. 그리고 시작되는 길고 비극적인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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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감각적이고 세련된 문체는 일단 집고 넘어가야겠다. 정말 술술 읽힌다. 풍광과 시대적 배경만 100년이지 요즘 소설이라 해도 별 차이가 없을 듯 하다. 그리고 현대적 구성도 책 읽는 재미를 주는데 한 몫한다. 1부에서 뿌린 떡밥은 2부의 주인공 ‘나’의 경험속에서 익어가다 3부, 진정한 주인공인 ‘선생님’을 통해 모두 회수된다. 작가 말년의 작품이고 아사이 신문에 연재 되었던 작품이다. 독자들이 신문을 기다리며 읽을만 했겠다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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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회환’이란 단어를 썼다. 내겐 이 작품이 그렇게 읽혔다. 스스로가 가진 나약함, 그 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저지르게 되는 거짓, 그에 따른 비극적인 사고. 답답할 정도로 소심한 등장인물들은 세상을 살아가며 겪고 소화하고 잊게되는 ‘일’들에서 잘 빠져나오지 못한다. 매몰된 인생. 저지른 일보다 더한 죄책감은 ‘마음’이란 결코 다정하게 사람곁에 있을 수 없는 개념이 되어 버린다.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지금의 시대정신이 정확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시민의식’ ‘개인의 자유’ 등 몇가지 흔한 명제들이 떠오를 것이다. 100여년전 일본의 시대정신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든 결코 지금의 ‘개인’중심은 아니였을 것이다. 서양과 같은 강한 제국국가가 되기 위해서 제도와 정신을 개조하여 신민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 그 비슷한 것이였겠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주어진 의무’는 ‘욕망’과 ‘강한 윤리의식’과 계속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소설 속에서 메이지천황은 죽었고, 나의 ‘욕망’을 제어하던 존재들은 같이 세상을 뜬다. 작가에게 이제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왔다. 뒤돌아 지나온 일들을, 그 과정에 담겨진 나의 마음을, 하지만 이미 자신도 그 ‘메이지의 시대정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안다. 회환은 그 본연의 뜻인 뉘우치고  한탄하기보다, 너희들도 그렇지 않으냐는 반문으로 일본독자에게 전달되었다. 그들 일본국민들은 그 질문에 깊게 공명한듯 보인다.

✍ 한줄 감상 : 어떤 실수도 반성으로 용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 생기는 지식인의 고집을 세련된 문체와 서정적 감성으로 풀어낸 대중소설.

p76 “ 쓸데없는 참견인지는 몰라도, 집에 재산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상속분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둬야 할 겁니다. 아버님이 건강하실 때,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두는 게 어때요? “

p82 “ 난 이래 봬도 집착이 아주 강한 사람이니까. 남한테서 받은 굴욕이나 피해는 십 년이 지나든 이십 년이 지나든 안 잊으니까. “

p83 “ 그들만 증오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대표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일반적으로 증오하는 법을 배웠으니까.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p114 “ 아버지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버지의 사고방식은 오래 살오온 마을 밖으로 나갈 줄 몰랐다. 동네 사람들한테 대학을 졸업하면 월급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 거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체면이 설 수 있도록, 졸업하자마자 내가 취직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

p152 “ 나는 어두운 인간 세계의 그림자를 가차없이 자네의 머리 위로 쏟아 붓겠습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는 마세요. 어두운 면을 가만히 지켜보고 그중에서 자네에게 참고가 될 만한 부분만 자기 것으로 만드세요. 내가 어둡다고 한 것은 물론 윤리적으로 어둡다는 말입니다. 나는 윤리적으로 태어난 사람입니다. “

p162 “ 향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건 향을 피우기 시작한 순간뿐이듯, 술맛을 느끼는 건 술을 마시기 시작한 찰나뿐이듯, 사랑의 충동에도 이런 아슬아슬한 자극의 순간이 시간 위에 존재한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

p182 “ 나는 따님의 얼굴을 볼 때마나 나도 아름다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p218 “ 용모도 K 쪽이 여자들에게 더 인기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성격도 나처럼 소심하지 않은 점이 이성에게 호감을 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p267 “ 내 가슴은 그 슬픔으로 인해 얼마나 편안해졌는지 모릅니다. 고통과 공포로 옭매여 있던 내 마음에 물 한 방울의 윤기를 떨어뜨려준 건 그때의 슬픔이었습니다. “

p275 “ 나는 결국 K가 나처럼 오직 혼자라는 외로움을 주체하지 못해 갑자기 자살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

p278 “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껴안고 있는 한 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 한 점이 아내에게는 언제나 암흑으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가면 나는 아내에게 몹시 미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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