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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무한화서 를 읽고 피드를 올렸다. 이어 시리즈 두 번째인 이 책 ‘불화하는 말들’을 읽었다. 첫 책과 마찬가지로 아껴가며 천천히 즐겼다. 글을 다루는 장인의 한마디, 한마디가 계속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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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이 2006년과 2007년 사이에 강의했던 ‘시창작수업 내용’을 아포리즘 형태로 정리한 책이다. 필사한 사진을 같이 올리긴 했으나, 송구하지만 한번 더 내가 생각하는 문장들을 더해 정리해 둔다.
1. 시는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반성이며 ‘반성하지 못하는 자신’까지 반성해 가는 과정이다.
2. 삶은 고통이다. 다만 살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 고통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3. 시를 쓸때 시인은 손 쓸 수없고 막막한 ‘무엇’이 시에 묻어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것을 ‘마음의 금’이라 말하고 싶다. 세밀하게 금이 간 자국이 시의 힘이며 길이다.
4.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것, 습관과 무감각을 경계하는 것이 글의 기본이다.
5. 글로 아는 ‘척’하지 마라. 독자가 웃으며 다음날 아침 당신이 웃는다.
6. 문학적 글쓰기는 ‘글쓰기의 불륜’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윤리에 대한 위반’은 글을 붙잡고 있는 강제에 대한 반항이다.
7. 시는 말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의 말을 듣는 것이다.
8. 시는 말맛과 짜임새로 구성된다. 가장 중오한 것은 짜임새다.
9. 문장을 살짝 비틀리기만 해도 새로운 인식이 생겨난다.
10. 삶은 단 한번 살기에 능수능란할 수 없다. 그런데 예술은 우리를 여러 번 살게 해 준다. 예술 덕분에 우리는 매 순간 다르게 살아보는 것이다.
11. 묘사하고 설명하는 시는 이미 죽은 것이다.
12. 시의 언어는 뒤통수치는 것, 바람피울 생각이다. 항상 ☺️
13. 말을 적게 하면 있어보이고, 다 해버리면 없어 보인다.
14. 독자는 작가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작가가 못 보는 것을 다 보고 있다.
15. 평면은 세상에 널려 있고, 그것의 부피를 만들어주는 게 시인의 할 일이다.
16. 문학이란 디테일들의 모음이다.
17. 시는 버려진 것들을 기억하는 것이고 그래서 인생에 대한 사랑이다.
18. 말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19. 자기 자신과 대상을 고통 쪽으로 가져가야 한다.
20. 삶의 속절없음처럼, 시도 속절없다.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 살아 있는 모두가 덧없고 뼈마디 시리다는 걸 잊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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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대하는 태도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 짙은 화장은 내 얼굴의 주름을 살짝 숨길 순 있어도, 그것은 순간뿐이다. 계속 나이는 내 안으로 들어와 용해될 것이고, 나는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밖으로 우려낼 수 있을 뿐이다. 가장 솔직한 태도로, 가장 마음 깊은 속까지 다녀왔다는 마음가짐으로 글과 삶을 대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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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눈’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가며 살고 싶다. 삶의 속절없음이 좌절이 아니라 기회인 탓에 마음이 바쁘다. 예술, 나에겐 책을 통해 다른 인생들을 더 많이 겪어보고 싶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에 비춰서 틀어진 ‘무언가’를 내 안에 어떻게 담을까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에 마음만 바쁘다.
✍ 한줄감상 : 타자의 시선에 대한 ‘전복’과 사유에 대한 ‘반복’이 만들어내는 아름답게 뒤틀어진 시 쓰기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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