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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by 기시군 2022.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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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짬내서 읽었다. 좋은책이란 평과 반감섞인 평을 같이 듣던 책이다. 궁금도 했지만  표지의 '못생김'이 너무 심해 던져두었었다. 탐미적 성향이 있는 나에게 이렇게 촌스러운 표지는 참기 힘들다. 두명의 남자 그림이야 예술작품일테니 시비걸일은 없었지만 떡하니 가운데 붉은색으로 인쇄되어 있는 작품의 소개 내용이 무슨 서커스단 광고간판처럼 보였다. 다시 이 책을 든 이유는 어느 인친님 피드 때문이었다. 눈의 띄었던 것은 1부에 충격적인 내용들이 소화하기 힘들었다는 것. 호기심은 독서를 부른다. 내가 좋아하는 불경하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1부를 읽고 나서는 그럴만 하다고 동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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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스포를 피하는 정도의 간략한 줄거리를 보자. 1부, 배경은 2차세계대전 말 헝가리, 전쟁을 피해 시골 할머니에게 맡겨지는 남자 쌍둥이들의 이야기다. 전쟁이라는 힘든 환경에서 두 쌍둥이는 많은 사건들을 이겨내고 살아남는다. 2부, 한명의 남자아이는 다른나라로 넘어가고 고향에 남은 한명의 쌍둥이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관계를 맺고 사랑을 하고 삶을 살아낸다. 3부, 다른나라로 갔던 다른 한명이 나이를 먹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에게 닥친것은 예상했던 상황도, 이야기도 아니다. 남자만큼이나 독자도 혼란스럽게 이야기를 다시 따라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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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설은 '이야기' 자체 만으로도 힘을 가진다. 묘사가 어떻든 구성이 어떻든 '재미있는 이야기'는 독자를 목을 붙잡고 질질 어디론가 끌고간다. 이 책이 그렇다. 어린 두 남자아이가 우악스럽게 살아남는 과정들, 살아남기 위해 겪어야 하는 사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부탁을 곧이곧대로 들어주고 싶어하는 심상들. 끔찍스러운 상황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작가에게서 충격 또는 경외를 느끼게 된다. 또한 2부와 3부에서 엮여지는 이야기들은 어떤가? 표면적인 이야기 안에 '사실'과 '거짓'이 섞여있다. 마음편하게 작가는 '이야기'들을 주무르며 등장인물들에게 몰입하게 만든다. 어디까지가 내가 아는 주인공인가? 이 이야기가 전 페이지까지 내가 이해한 그 이야기가 맞는가. 끊임없이 의심을 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든다. 역시 이야기의 힘, 이야기를 축조하는 작가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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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만든 표지와, 밀란쿤데라의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를 의식한 한국식 작명이 눈에 거슬린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2부 중반 쯤 나오는 주요 아이템일 뿐이다. 3편의 연작을 묶어서 한권의 책으로 낸 시도인데 마케팅이 책을 망친사례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이고 생각한다. 거칠고 끔직한 이야기들이 독자의 거부감을 키울 수 있겠지만, 그러한 일이 있어왔던것은 부정할 수 없다. 도덕적 삶은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는 급격하게 무너진다. 그 안에서 작게라도 무언가를 지키려는 것이 인간일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한 시대와 인간군상을 냉정하게 그려내고 있다. 따뜻한척 하지 않고 써내려가는 이야기 안에는 무언가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모습이 보인다. 차갑지만 따스한 츤데레 감성이 느껴지는 작가다.

덧,

완독 후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놀랐다. 쿤데라와 같은 백인남성을 상상했었는데 오판이었다. 읽기전에도 쿤데라를 생각했었는데 읽고나니 중국의 #위화 가 떠올랐다. ☺️

p35"우리가 잘했음이나 잘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 적어야 한다."

p302"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p316"잊어버리게, 인생은 그런 거야. 모든 게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게마련이지. 기억은 희미해지고, 고통은 줄어들고, 나는 사람들이 어떤새나 꽃을 기억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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