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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180

먼 산의 기억 ✔️#먼산의기억 #오르한파묵 #민음사 📗타자의 일기를 읽는 행위는 매혹적이다. 불온을 기대하며 은밀함을 침해하는 배덕감을 준다. 그 대상이 대작가 ‘오르한파묵’이라면, 더군다나 화가를 지망했던 그는 글과 그림을 한꺼번에 페이지 안에 박아 넣었다. 2009년부터 2022년 사이, 그는 매년 2권 이상의 일기를 썼단다. #몰스킨 노트에만 쓰여진(아니 그려진) 그의 기록들 중 발췌된 한 권의 책을 읽는다. 📗일기는 시간 순이 아닌 ‘감정’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2016년도 일기의 다음 페이지는 2009년이 될 수도 있고, 2019년이 되기도 한다. 책 앞부분에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보여지는 산, 바다, 자연, 도시 등에서 어떤 ‘의미를 보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다. 그는 어디든 앞자리를 찾는다고.. 2025. 2. 4.
선량한 차별주의자 ✔️#선량한차별주의자 #김지혜 #창비 🦆일단 반성부터 해야겠다. 2019년 발간 후 지금까지 스테디셀러인 이 책을 읽지 않았던 이유는 나의 자만 때문이다. 책 꽤나 읽고, 기본교양을 갖춘 내가 ‘차별주의’적인 행동을 할 리가 없다는 판단 때문에 내가 읽을 책이 아니라 생각했던 것이다. 30만 부 기념판을 받고 바로 읽어 내려간 첫 소감은 내 편견에 대한 반성이었다. 🦆책은 3개의 파트으로 이루어진다. 1부에선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탄생을 말한다. 관념적으로는 모두 차별에 반대한다. 하지만 ‘여성안전’이란 단어 앞에선 ‘내가 성폭력범이냐’ 발끈한다. 선량한 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리’가 ‘특권’인지 모른다. 결혼할 수 있는 ‘특권’, 시외버스를 탈 수 있는 ‘특권’, 어두운 밤거리를 혼자 걸을.. 2025. 2. 2.
히든 픽처스 ✔️#히든픽처스 #제이슨르쿨락 #문학수첩🌙순수하게 이야기를 즐기고 싶을 땐, 미스터리를 든다. 오래전 일본미스터리에 깊게 빠졌던 적도 있다. 물론 지금도 간간이 읽는다. 책서핑 중에 이 책 표지를 봤다. 어린이 그림 풍에 누가 봐도 귀신과 웃는 얼굴이 아이. 이야기의 1/3 쯤은 추측이 가능하겠다. 물론 잘 쓴 미스터리는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좀 많이 좋아하는 편인 #스티븐킹 처럼 말이다. 이 책은 어떨까 싶었다. 🌙마약을 끊은지 18개월, 젊고 이쁜 멜러리는 이제 새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재활을 지원해 주는 러셀 덕분에 부유한 가족의 베이비시터로 일하기 시작했다. 사업가 테드, 재활상담사로 일하는 부인 캐럴라인은 친절했고, 다섯살 사내아이 테드는 이쁘고 착하다. 본채 옆 창고를 쓰던 작은.. 2025. 1. 30.
딕테 ✔️#딕테 #차학경 #문학사상 #DICTEE📽️서울대 권영민교수의 해설, 이 책은 ‘보는 책’이라는 평에 동의한다. 하지만 영어로 쓰여진 책에 불어와 한국어 심지어 한자와 사진까지 담긴 책을 외국인/한국인 모두에게 보기 불편함을 선사한다. 작품 감상전, 최소한 작가의 삶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만주에 살던 부모님은 해방과 함께 서울로 내려왔다. 전쟁 중인 1951년 그녀는 태어난다. 열 살 무렵인 62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그녀는 언어능력이 좋았다. 짧은 시간,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 그리스어까지 배워나간다. 64년 샌프란시스코 주립글짓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다. 성장한 작가는 UC버클리에서 4개의 학위를 따고 예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하나, 신혼이자 첫 책 출간 3일을 앞두고 지하 주차장에서 연쇄.. 2025. 1. 27.
조금 망한 사랑 ✔️#조금망한사랑 #김지연 #문학동네 🍊작년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에서 읽은 #반려빚 때문에 이 책을 골랐다. ‘반려’에 ‘빚’을 담는 참신함과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인상에 남았다. 받아 든 책을 보니 벌써 두 번째 소설집이다. 조금 더 기대가 되었다. 경험 상 좋은 작가들은 시간이 그들을 더 잘 익게 만들어 준다. 수확물이 궁금했다. 🍊차분하게 대부분의 단편 앞에 주인공의 이름이 먼저 등장한다. 바로 시작이란 느낌. 직진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자는 초대 같단 느낌을 준다. 9편의 작품 중 좋았던 몇 편만 살펴본다. #포기엑스남친 민재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고 사라졌다. 내게도 돈을 빌리고 내 사촌 ‘호두’에게는 2천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빌렸다. 몇 년간 모은 ‘호두’의 .. 2025. 1. 25.
서바이벌리스트 모더니티 ✔️#서바이벌리스트모더니티 #김홍중 #이음🏃‍♂️몇 해전, 올해의 책으로 김홍중교수의 #은둔기계 를 뽑은 적이 있다. 생각의 틈에 스며드는 아포리즘에 감동했던 기억이 남는다. 그가 작년 8월 한 권의 책을 냈다. ‘생존’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사회의 사회학적 성찰과 분석을 진행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우리 인류의 내일에 대한 경고를 담은 학술적인 책이다. 아주 다양한 철학자와 사회학자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김교수의 사유는 어려워 보였으나 흥미로웠다. 만만찮지만 떠나볼 만한 여행이란 생각에 책을 들었다. 🏃‍♂️큰 줄기에 미세한 예시들과 담론을 담아가는 과정이 책에 담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지배담론이 된 지 오래다. 생존은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이념이며, 존재는 생존.. 2025. 1. 22.